오는 12월 22일은 세시 명절인 동짓날이다. 동지는 일 년 중에서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조상들은 긴긴 밤을 보내기 위해 든든한 별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바로 팥죽이다. 조상들은 팥 또는 붉은 것이 잡귀를 없애고 액을 막아준다고 믿어 집집마다 팥죽 한 그릇씩 떠다 놓고 대문이나 벽에 팥죽을 뿌린 후 먹곤 했다. 이웃끼리 팥죽을 나누며 끈끈한 정도 나누고 다음 한 해의 건강을 기원했다. “동짓날 팥죽 한 그릇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동짓날 팥죽을 먹는 것은 무척 중요한 풍습이었다. 이번 동짓날에는 따끈한 단팥죽과 팥칼국수 한 그릇으로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 경주팥집 고미당의 ‘팥죽’
중구 시계탑 사거리 인근에 모녀가 운영
팥빙수·찹쌀부꾸미 등 다양한 팥 음식
경주서 팥 공수…가마솥에 3시간 삶아
견과류와 절묘한 맛의 조화…속이 든든

◆‘단팥죽’-경주팥집 고미당

최근 중구 시계탑 사거리 인근에 아기자기한 외관의 팥 음식 전문점이 하나 생겼다. ‘경주팥집 고미당(古味當)’. 팥을 좋아하는 모녀(母女)가 운영하는 곳으로, 대표인 딸 서연주씨가 가게 운영을 맡고 있고, 음식은 엄마 김은정씨가 만든다. 단팥죽은 기본이고 팥빙수, 팥이 들어간 쉐이크, 속을 팥으로 채운 찹쌀부꾸미 등 팥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 중구 시계탑 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경주팥집 고미당. 모녀가 운영하고 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보이는 것은 커다란 가마솥 두 개. 김 씨는 매일 오전 9시께부터 그날 쓰일 팥을 가마솥에 쑤는 작업을 한다. 경주 양북 출신의 김 씨는 가게이름대로 경주에서 공수한 팥을 사용한다. 2시간 30분에서 3시간가량 삶으면 맛있는 팥이 완성된다. 그릇 역시 경주에서 제작한 옥·합식기를 사용해 옛스러운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 고미당의 팥죽은 경주에서 공수해온 팥으로 가마솥에서 3시간 가량 삶아 낸다.
솥에서 떠다 담은 따끈한 단팥죽 한 그릇이 테이블 위에 오른다. 천장이 겉면에 그대로 비칠 정도로 팥죽이 곱고 맑다. 붉은 팥죽 가운데 살포시 얹어놓은 각종 견과류들도 앙증맞다. 옛 그릇에 담겨 더욱 담소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 한 수저 떠먹어보니 껍질도 거의 씹히지 않고 부드럽게 삼켜져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 했다. 안에는 부드럽고 말랑한 새알도 있어 속이 절로 든든해진다. 각종 견과류와도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단팥죽이라고는 해도 많이 달지 않아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가게는 평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문의 245-0522.

▲ 월성손칼국수의 ‘팥칼국수’
동구 남목시장 구 상가 아담한 음식점
전라도 여행 갔다 반해 비법 전수받아
5가지 콩으로 반죽 칼국수면보다 두툼
모르는 사람도 합석…오가는 정은 덤

◆‘팥칼국수’-월성손칼국수

동짓날이라고 팥죽만 먹기에 아쉽다면 색다른 별미인 ‘팥칼국수’를 먹으러 떠나보자. 추운 겨울, 마치 추위를 피하듯 삼삼오오 옹기종기 붙어 있는 시장 상가와 노점상들의 모습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동구 남목시장 구(舊) 상가에 위치한 ‘월성손칼국수’에서는 이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다. 10명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가게이지만 좁은 테이블 사이로 오가는 훈훈한 정은 무엇보다도 크다.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합석도 기본이다. 미리 음식을 주문해두고 장을 보고 오는 사람들도 보인다. 주인 김영숙(66) 씨는 밀려드는 손님을 위해 몇 년 전 맞은편에 10여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더 마련했다.

▲ 동구 남목시장 구 상가에 위치한 월성손칼국수. 좁지만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팥죽, 해물칼국수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팥칼국수. 김 씨는 전라도에 여행을 갔다가 처음으로 먹어본 팥칼국수의 맛에 반해 비법을 전수 받아 10년여 전 가게를 차리게 됐다. 충북 진천에서 가지고 온 팥으로 매일 아침 팥물을 삶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팥물을 삶은 후에는 껍질이나 덩어리가 씹히지 않도록 체로 걸러내 부드러운 국물을 만들어낸다. 팥물은 울산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해 일부러 설탕을 넣지 않고 끓여 설탕은 취향에 따라 넣으면 된다. 면도 독특하다. 검은콩 등 5가지 콩을 빻은 가루를 넣어 반죽한 후, 일반 칼국수면보다 훨씬 두툼하게 썰어낸다. 팥물이 면에 스며들어 팥의 맛도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면의 쫄깃한 식감과 진하고 부드러운 팥물에 끌려 계속해서 먹다보면 속이 어느새 든든해진다. 겨울철 따끈한 팥칼국수 한 그릇과 정겨운 인심은 보약이 아닐까. 문의 251-9135.

▲ 팥죽이나 팥물을 삶을 때 설탕을 넣지 않아 팥 본연의 구수한 맛이 살아 있다.
◆팥의 효능

팥은 이를 이용한 요리만큼이나 효능도 무궁무진하다. 팥에는 탄수화물, 단백질이 풍부해 밥 대용으로 섭취해도 좋다. 폴리페놀, 사포닌 성분이 함유돼 있어 암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신진대사를 촉진해 혈액순환을 활성화시키고, 혈관 내 이뇨작용을 통해 독소와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팥을 삶은 물로 세안하면 피부 보습과 항노화 작용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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