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채널 tvN TV드라마 '미생'의 배우 김대명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 김대리가 있다.

몇번 머리카락 좀 펴라고 눈치를 주는데도 '아줌마 파마'를 고수하고, 엄마가 잡아주는 맞선에 부지런히 나가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으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그리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배가 나와 그런가?"라면서도 별반 '개전의 정'은 없어 보인다.  

늘 일에 쫓겨, 파묻혀 살지만 그 안에서 나름 재미를 찾고 있어 워커홀릭의 조짐이 보이는 그는 동기들이 '일밖에 모르는 앞뒤 막힌 오차장' 밑에서 일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한목소리를 내면 "니들이 뭔데 내 상사를 욕하냐"면서 술상을 뒤엎고, 다음날 그 오차장에게 "저는 오차장님과 일하는 게 좋습니다. 그것뿐입니다"라며 다시금 끈끈한 전우애를 강조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스펙도 없는 고졸 계약직 사원 장그래가 후배로 들어오자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혹하나 더 붙었다며 잠시 뒷목을 잡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조용히 성장해가는 장그래를 보면서 그를 누구보다 응원하고 아끼고 있다.

▲ 포즈 취하는 김대명. 연합뉴스
"연기를 시작한 이래 지금껏 순탄하게 온 것 같아요. 매번 감사할 일이 많았고 누군가가 많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미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존경하는 이성민 선배를 비롯해 영업 3팀의 호흡은 정말 두말할 나위가 없어요. 매번 너무 많이 배우고 있어요. 박과장(김희원) 에피소드 때는 배우끼리 연기적으로 부딪힐 때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기는 연기이고, 김대리처럼 실제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김대명은 "힘들 것 같다"며 웃었다.  

"지구를 구하는 게 슈퍼맨이 아니고 김대리, 영업 3팀의 삶이 바로 슈퍼맨의 삶이 아닌가 싶어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출근해서 아침 대충 때운 채 항상 일에 치이고, 일만 하다가 끝나잖아요. 김대리는 지금도 계속 일하고 있어요. (웃음) 이런 삶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가 촬영하면서 계속 생각해요. 다들 어떻게 버티시나 싶어요." 

실제로는 김대리처럼 못 살것 같다는 그는 '미생'이 사실적이긴 하지만 김대리가 속한 영업 3팀의 모습은 판타지임을 안다고도 말했다.  

"드라마 시작하면서 제작진도 영업 3팀 자체가 판타지라고 했는데, 저도 제 주변 직장인들에게 물어보니 장그래 같은 인물이 대기업에서 버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영업 3팀과 같은 인간적이고 끈끈한 팀워크도 현실적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적어도 저희 배우들 간의 호흡은 영업 3팀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김대명은 '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초반에 장그래가 김대리를 퇴근 후 집으로 데려가 자신의 과거 얘기를 한 대목을 꼽았다.  

"그때 김대리가 장그래에게 '넌 실패한 게 아니야. 인생은 다가오는 문을 하나씩 열어가며 사는 것 같아'라고 말했는데 그 장면 찍을 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원래 집에 TV가 없어서 드라마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미생'은 시청자 입장에서 봐도 정말 재미있는 것 같다"는 그는 "김대리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가 우리 중 누군가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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