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의 일화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양치기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해 마을에 소란이 일어나고, 이런 두 세 번의 거짓말로 인해 정말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마을 사람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죽게 되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번 거짓말을 계속하면 나중에 진실을 말해도 타인이 믿을 수 없게 된다’는 교훈을 배웠다. 필자 또한 그러한 교훈으로 아이들에게 얘기하곤 했었다. 하지만, 필자는 지난해 해·육상에서 대형 인명사고를 겪고 사회재난 대응을 강조하는 이 시점에서 ‘양치기소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이 우화에 나오는 ‘늑대’라는 존재는 우리 모두가 인식하는 ‘재난상황’이며,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는 것은 ‘재난의 발생’을 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통했다는 것은 재난에 대한 감시 체계가 허술하고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이라는 ‘사회체계’가 혼란에 빠졌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감시체계의 허술함을 간과했기 때문에 여러 차례의 거짓말에도 속아 넘어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안전망 사업을 통해, 국민들이 재난·사고대응 부처에 신속하고 빠르게 신고하고 전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늑대’의 존재를 신속히 알리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각 부처에서는 위기대응 매뉴얼을 통해 일사 분란한 재난 대응체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늑대가 나타났을 때’의 대비대응에 불과하다. 이렇게 대비대응으로만 우리의 안전을 맡겨야만 하는 걸까? “‘늑대’라는 재난·사고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것을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빨리 알리는 것만이 최선일까?” 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필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올해 국민안전처에서는 주변에 있는 위험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범정부 민원, 국민제안, 정책토론 창구를 하나로 통합한 ‘안전신문고’ 앱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전파했다. 이 앱을 통해 신고 된 곳은 즉시 개선 조치해 왔으며, 일거의 성과를 이뤄 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연 우리 주변의 위험 요소가 다 정리가 됐을까? 아마 극히 일부일 것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처럼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나, 늑대가 나타났음에도 나만 피하면 돼 하고, 주변의 위험을 무심코 지난치는 사람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어찌 보면 오늘날에는 ‘늑대(재난·사고)’의 존재를 일깨우고 내 주변, 우리주변, 우리지역 주변의 위험을 찾아 없애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심리학의 용어 중 정상화 편견(Normalcy)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믿는 심리상태로, 재난의 영향에 대해 과소평가 하고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 것을 뜻하는 용어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난상황을 격지 않은 사람들 일 것이다. 아마 일부가 재난 상황을 겪었다 하더라고 잘 해결 되었기에 이 글을 이 순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는 재난이라는 것을 당해보지 않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 갈 거야’라는 생각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늑대란 위험요소를 외면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에는 어느 곳이나 늑대라는 위험이 있다. 그러하기에 그것을 없애는 방법이 있음에도 우리 스스로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요소를 알리는 것이 스스로에게는 한 번의 번거로움이나 그 번거로움으로 인해 내 가족, 내 이웃, 내 지역민이 그것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다면 큰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낯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하는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위험을 알리는 진정한 양치기 소년이 필요한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