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근 울산지방법무사회장

가을에 어울리는 두 사자성어, ‘천고마비(天高馬肥)’, ‘등화가친(燈火可親)’.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결실의 계절이라 등불을 밝혀 책을 가까이 할 때이다. 참으로 이 가을 책읽기 좋은 계절이다. 사실 독서는 일년 중 가을에만 하는 건 아님에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어렸을 적부터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무덥고 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그 무엇을 해도 좋겠지만 평소에 자칫 소홀하기 쉬운 독서를 하기에 좋은 계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게다. 이 가을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가을에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종이로 된 책을 멀리하고 주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의존해서 단편적이며 현실적인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주변을 발견하게 된다. 요즈음 대세가 스마트폰이나 SNS이다 보니 어디 고리타분한 옛날 고전을 읽고 있을 시간이 있을까? 팟캐스트 방송이나 유튜브 등을 청취하다보면 우리 주위에 널려있는 일상 이야기가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기에 예전 방식의 독서가 아무래도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 권의 책이 한 인간의 운명을 변화시킨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위대한 책과의 만남은 인생의 가장 큰 축복 중의 축복이다.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여순감옥에서 사형 당하기 몇 일전에 ‘일일불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이라 하여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고 썼다. 중국 당대의 시인 두보(杜甫)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 하여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에 가득 찰 만한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필자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책을 접한 시기는 집을 떠나 대법원에 근무한 1993년 1년여 동안이다. 퇴근 후 숙소 외엔 특별히 갈 곳이 없었던지라 걸어서 5분 거리의 교보문고에 가서 폐점 때까지 아예 퍼지고 앉아 읽고 싶었던 책을 실컷 읽었던 그 시절 1년이 내 인생 문화 황금기였다. 그 후부터는 매달 한번쯤은 토요일에 꼭 서점을 찾아 관심 있는 책을 뒤적거리는 그 시간이 참으로 유익하고 힐링의 시간이 된다.

독서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책은 언제나 우리에게 힘이 되고 빛이 되고 삶의 길잡이가 된다. 책을 통해 살아 인류역사의 흥망성쇄를 들여다보며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과 우리의 옛지성 퇴계, 율곡, 다산을 만날 수 있기에 ‘서중유지락(書中有至樂)’ ‘책속에는 지극한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오죽하면 지식과 지혜 있는 인재양성을 두려워한 진시황은 서책을 불사르는 분서갱유를 일으켰겠는가?  

우리가 어떤 책을 읽을 것이냐는 어쩌면 어떤 인생을 살 것이냐 문제와 연결된다고 볼 때 인생은 짧고 시간과 능력에는 한도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자아(自我)의 실현을 위해서는 마음의 양식에 필요한 양서를 골라 선별해 읽어야 할 것이다. 모든 풀이 약초가 아니듯이 모든 책이 마음의 양식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책속에서 훌륭한 사상가도 뛰어난 예술가를 만날 수 있기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요 창조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가장 위대한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했다. 좋은 책을 읽음으로 우리 마음을 살찌우고 우리의 마음 밭을 기름지게 하고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할 것이다.

구슬도 갈고 닦아야 빛이 나듯 독서로 마음의 밭을 기경하고 마음의 눈을 뜨게 하고 우리를 거듭나게 해야 할 때다. 우리가 조화된 인격, 균형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나 취미나 재미를 위하거나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서나 교양이나 수양을 위하든 다방면의 책을 읽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이 가을에 독서로 우리의 마음을 살찌게 하고 ‘내적결실(內的結實)’을 풍성하게 수확하자. 

이 가을 천고마비. 등화가친(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고 등불을 가까이 하는 계절) 내 인생의 등불이 되어줄 한권의 책이라도 읽어 내 머리에 누구도 넘 못할 보화를 쌓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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