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나라’ 경주 불국사의 가을이 깊다. 지진과 태풍 때문에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었지만 단풍이 절정에 이르면서 불국사 등을 찾는 관광객이 잇따르고 있다. 

불국사의 가을, 붉은 사랑으로 핀다

경주의 형형색색 가을은 옛 사람들의 흔적들과 어울려 한층 더 아름답다. 경주 단풍의 절정은 누가 뭐래도 불국사다. 토함산을 뒷배로 앉은 불국사는 이름그대로 부처의 나라다.

불국사 앞 오래된 벚나무 군락지는 지금 온통 붉은 색이다. 모진 태풍 탓에 나뭇잎들이 일찍 땅에 떨어졌지만 그 자체가 절경이다. 절집으로 오르는 둔덕은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울긋불긋 화려한 모습이다.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는 나뭇잎들도 가을 햇살에 더욱 붉은 빛을 내고 있다. 불국사 경내의 단풍나무들도 이제 절정을 맞고 있다. 
 

‘진실한 지혜 얻는 다리’ 반야교 단풍 절정
 단풍나무 사이로 보이는 청운교·백운교

 경내 들어서면 석가탑·다보탑 반겨
 이질적 두 탑 세계문화유산 등재 주요인
 비로자나불 모셔진 비로전 등 곳곳 국보

 수령 200년 소나무·100년 느티 ‘연리목’
 석공 아사달과 아사녀의 슬픈 전설 간직

 

▲ 불국사의 단풍이 절정이다. 불국사 경내를 관람하다보면 문득문득 보이는 붉은 단풍이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단풍이 절정인 반야연지, 청운교·백운교

‘경주에 올 가을 첫 수학여행 단체관광객이 찾았다’는 뉴스가 떴다. 벌써 시즌 막바지인데 이제 첫 수학여행이라니… 경주와 울산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경주지진’의 여파 때문이란다.

실제 관광산업이 주력인 경주는 이번 가을 단풍 시즌을 ‘빈손’으로 보낼 처지다. 지난 9, 10월 관광객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래도 불국사의 단풍 절경을 보기위한 행렬은 이어지고 있었다. 일주문을 지나면 만나는 작은 연못 ‘반야연지’ 주위에서 관광객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그 중엔 외국인들도 많다. 그들은 ‘반야교’를 배경으로 단풍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반야교는 ‘진실한 지혜를 얻는 다리’이다. 

반야교를 지나면 국보인 백운교와 청운교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자리, 이곳에 늙은 단풍나무가 서 있다. 단풍 인증샷을 찍는 명소다.

이곳에는 ‘구품연지’ 혹은 ‘칠보연지’라 불리는 연못이 있었다고 전한다. 토함산 골짜기의 물이 대웅전의 동쪽 아래로 흘러 배수구로 떨어지면 물보라가 일며 무지개가 떴다고 한다. 범영루의 그림자가 뜨는 누각이란 의미도, 청운교와 백운교가 다리로 표현되는 것도 연지가 있어야 설명이 가능하다. 

청운교와 백운교 앞 안내문에는 ‘불국사고금역대기 등의 옛 기록에 의하면 위쪽이 청운교 아래쪽이 백운교’, ‘청운교는 16단, 백운교는 18단’이라 적혀 있다.

계단을 ‘다리(橋)’라고 칭하는 것은 속세로부터 부처님의 세계로 건너감을 상징하는 것이란다. 청운교와 백운교가 이어지는 부분의 아래쪽은 무지개 모양의 홍예기법으로 축조돼 있다. 백운교의 홍예는 우리나라 최초의 석교아치다.

아무리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을 듯 견고함이 묻어난다. 지난 지진에도 불국사는 대웅전 기와 몇 장 떨어지는 것만으로 거뜬히 견뎌냈다. 

▲ 이질적인 특징을 가진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

◆이질적 조화로움의 극치 다보탑과 석가탑

바깥에서 청운교와 백운교를 감상한 후, 부처님의 나라로 들어서면 석가탑과 다보탑이 반긴다. 이 두 개의 탑은 우리나라 최고의 탑으로 손꼽히는 것으로 모두 국보(국보 20호와 21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그 생김새가 확연히 다르다. 다보탑은 화려하고 석가탑은 간결하다. 

석가탑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을 비롯한 다수의 사리 장엄(국보 제126호)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이다. 석가탑의 공식 명칭은 불국사 삼층석탑이다. 석가탑은 무영탑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석공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의 슬픈 전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보탑은 인도의 탑 양식을 따른 것이다. 다보탑은 사각형과 팔각형, 원의 이미지를 중층적으로 쌓아 화려하게 장식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다듬어져 있다. 

다보탑은 통일신라의 전형적인 삼층석탑 형식인 석가탑과는 달리 목조 건축의 여러 요소를 조합한 독창적인 형태의 탑으로 높이가 10.3m이다. 기단 위에 놓인 돌사자는 원래 4마리였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없어지고 현재 서쪽을 지키는 1마리만 남아 있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화려함과 심플함이라는 극단적인 조형물을 한 공간에 배치했다. 석가탑이 힘 있는 남성의 역동성이 느껴진다면, 다보탑은 여성의 부드러움이 묻어난다. 이질적인 두 탑의 조화로움은 불국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든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 위쪽이 16단의 청운교이고, 아래쪽이 18단의 백운교다.

◆경내 곳곳에 위치한 보물, 볼거리들

석가탑과 다보탑 뒤편 건물은 석가모니가 모셔져 있는 대웅전이다. 화강암 기단 위에 들어앉은 대웅전은 기단과 건물의 구조가 조금 어색하다. 이는 기단은 신라시대의 것인 반면에 건물은 천년이나 뒤인 조선시대의 것이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으로 대웅전이 불에 타자 대웅전과 극락전 등 중요한 건물만 새로 지었다. 대웅전 뒤편 비로전은 1,300년 전의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는 건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비로자나불은 한 손으로 다른 한손의 집게손가락을 쥐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부처님이 사는 세상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뜻한다. 극락전에는 1,300여 년 전에 모셔진 아미타불이 버티고 있다. 이 극락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안양문을 통과해야 한다. 안양이란 극락정토의 다른 명칭이다.

뒷마당 한편에 마련된 돌탑마당이 눈길을 끈다. 빼곡히 쌓아올린 돌탑들이 마당을 벗어나 담장 기와 마루까지 올라가 있다. 돌탑으로 향한 관람객들의 소원과 자비심이 모여 좀 더 맑고 향기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불국사 강당 뒤쪽에 보존된 사리탑은 보물 제61호다. 사리탑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아직 여래의 사리탑인지 승려의 사리탑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사리탑은 높이 2.06m로 사리를 모시는 탑신을 중심으로 아래는 받침이 되는 기단을 두고 위로는 머리장식을 두었다.

기단은 연꽃잎을 새긴 반원모양의 돌을 위와 아래에 두고 그 사이를 북 모양의 기둥으로 연결하고 있는데 기둥에 새겨진 구름무늬에서 강한 생동감을 볼 수 있다. 사리탑신은 가운데가 불룩한 원통형으로 사방에 꽃으로 장식된 기둥모양을 새겨두었다.

기둥머리 부분 4면에 감실을 가볍게 파내고 여래상과 보살상을 2구씩 돋을새김 해 사리탑으로는 특이한 양식이다. 지붕돌은 추녀 끝에서 12각을 이루다가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6각으로 줄어든다.

▲ 불국사 일주문을 지나면 만나는 연못인 반야연지에서 본 반야교.

◆‘아사달과 아사녀의 사랑나무’ 연리목

불국사를 나오는 길, 숲 쪽으로 ‘사랑의 나무’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호기심에 따라가 본 길 끝,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한 몸을 이루고 살아가는 연리목이 눈에 들어온다. 200년 이상 된 소나무와 10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한 나무처럼 합쳐진 형태다.

이 나무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사랑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 불국사 삼층석탑(무영탑) 조성에 얽힌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연리목을 보면서 아사달과 아사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듣는다. 

‘아사달과 아사녀는 백제의 평범한 부부였다. 이름난 석공 아사달은 불국사 창건에 동원되어 먼저 다보탑을 세우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오랜 세월 남편과 떨어져 있던 아사녀는 남편의 얼굴이라도 보기위해 서라벌로 찾아왔으나 이들의 상봉은 그리 쉽지 않았다. 불국사의 주지는 탑이 완성될 때까지 두 사람의 만남을 극구 만류한다.

그러면서 탑이 완성되면 이곳 못에 탑의 그림자가 비칠 것이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기다림의 시간은 너무 길었다. 연못 속을 지켜보기를 여러 달, 이제 아사녀도 인내의 한계를 느꼈다. 남편을 지척에 두고도 볼 수 없는 사정을 안타까워하다가 그녀는 끝내 그림자 없는〔無影〕 못 속으로 몸을 던지고 만다.

드디어 석가탑이 완성되고 남편 아사달은 못가로 달려왔으나 아내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된 아사달, 그 역시 마지막으로 원불(願佛) 조각을 남기고 아내의 뒤를 따라 영지 속으로 몸을 던진다.’

불국사의 가을이 붉은 사랑으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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