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올해 우리사회를 표현한 4자성어로 꼽은 ‘공명지조(共命之鳥)’.(울산매일포토뱅크)

 조국의 적(敵)은 조국이 된 ‘조국사태' 
`내로남불' 4자성어 처럼 오르내려 
 허위∙가식∙이중잣대 넘쳐난 한 해 

 머리 둘 달린 새 ‘공명지조(共命之鳥)’ 
 좌우로 갈라진 오늘의 한국사회 상징 
 한쪽 죽으면 같이 죽는 공동운명 경고 

 

김병길 주필

 

4개의 한자를 조합하여 의미를 담아내는 4자성어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시경(詩經)>을 만나게 된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시경>은 사대부가 말을 하려면 시를 배워야하고, 그러자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라고 하는 것이 무조건 한다고 해서 다 말이 아니고, 과거 선인들이 남긴 고사(故事)와 수사(修辭)를 배우고 상상력과 운율을 갖췄을 때 말이 되고 글이 된다는 얘기다. 
교수들이 올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4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꼽았다. 공명지조는 한 몸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상상속의 새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느 한쪽이 죽으면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같이 죽게 되는 운명공동체를 의미한다. 공명지조는 좌우로 갈라져 극심한 이념 갈등을 벌이고 있는 오늘의 한국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 
공명지조가 등장하는 ‘불본행집경’등 불교 경전을 보면 공명지조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하나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먹는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한 머리는 어느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된다. 
공명지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우리사회는 현재 심각한 이념의 분열 증세를 겪고 있다”며 “자기만 살기 위해서 서로를 이기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다른 쪽도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사회에 대한 안타까움때문에 추천했다”고 말했다. 
각 진영의 정의와 도덕성이 독선적으로 폭주하려고 해 한국사회는 자기검열과 자아비판의 건강한 힘을 상실했다. 따라서 상생의 비전으로 찾아가야 한다. 뿐만아니라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도층은 분열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이를 이용하고 심화시키려고 시도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올 사자성어 설문조사에서 공명지조 다음으로 꼽힌 사자성어는 ‘어목혼주(魚目混珠)였다. 어목혼주는 진주와 물고기 눈이 혼동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사자성어로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인 상태를 비유할 때 주로 쓰인다. 어목혼주를 추천한 문성훈 서울여대 현대철학과 교수는 “올해 우리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라며 “조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누가 어목인지, 둘 모두 진주인지 어목인지 지금은 판단하기 어렵게 혼돈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2019년 우리사회에서는 허위와 가식, 이중 잣대가 넘쳐났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내로남불’이 4자성어 처럼 입에 오르내렸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국민의 실망이 컸다. 새해에는 ‘내로남불’로 시간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신어라고는 하는 신조어는 새로 생긴 말 또는 새로 귀화한 외래어를 가리킨다. 언제 어느 사회든 유행어와 신조어는 있게 마련이다. 현대의 신조어는 시대상을 담고 있다. 긴 단어를 줄이거나 세태를 비꼬아 만든 신조어는 풍자와 비난·비판이 날카롭고 더러는 촌철살인의 명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댕댕이(멍멍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쌉가능(매우 또는 완전가능)처럼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는 유사어 축약어와 변형어가 많은 게 특징이다. 
지난 8월 9일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뉴스 쓰나미를 일으킨 ‘조국사태’ 관련 신조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신조어가 ‘조로남불’이다. 조국 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들이 하면 불륜이란 뜻이다. 평소 시국 사안마다 옳은 소리를 해대더니 기자회견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모르쇠와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답변한 데 대한 비난이 담겨있다. 
‘조스트라다무스’는 16세기 점성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그가 지난날 했던 말들이 자신에게 그대로 일어나고 있어 생겨난 별칭이다. 남들의 가슴을 후벼 판 발언들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로 되돌아 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누리꾼들은 ‘조국의 적(敵)은 조국’이라며 이를 줄여 ‘조적조’라고 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엔 ‘조국스럽다’고 했다. 조국 관련 신조어들이 ‘공식 신어’로서 인정받는데 최소 기간인 3~4년을 넘기지 못하고 유행어에 그칠 것이다. 국민 정신 건강은 물론 언어의 건강성 측면에서도 그의 사퇴 결단은 빠를수록 좋았다. 
2018년 말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했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너무 많다. 이제 그간의 잘못과 실수를 들여다보고, 무너진 사회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통합의 정치로 새롭게 출발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였다. 
노무현 정부 4년차를 맞이하던 2006년 1월, 교수신문의 설문조사를 통해 새해의 소망으로 뽑힌 4자성어가 ‘약팽소선(若烹小鮮)’이었다.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큰 나라를 다스릴 때 작은 생선을 삶는 것처럼 다스리라는 얘기다. 작은 생선을 삶듯이 하라는 말이 정치공학적인 테크닉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자세를 의미한다. 끝없이 아래로 흐르는 물과 같이 겸허한 마음이다. 
우리나라 정권의 임기는 5년이다. 5년간 맡은 국정이지만 백년대계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국정을 조심스럽게 운영해 달라는 민심이 거기에 담겼다. 오늘 이 시점에도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나 혼자 빨리 가는 것보다 함께 같이 가는 포용의 마음이 필요한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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