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운
오영수문학상 운영위원장·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관점을 올바르게 가지기 위해서는
 상대의 생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상대의 언어로 대화를 하도록 해야

 

 핑크 대왕 퍼시는 영국 작가 콜린 웨스트(Colin West)의 『핑크 대왕 퍼시(Percy the Pink)』 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퍼시 대왕은 핑크 색깔을 좋아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핑크 색깔로 바꾸게 했다. 옷도 핑크 색깔로 지어 입게 했으며 심지어 자기가 먹는 음식은 물론 성밖에 사는 백성들도 들판에 있는 나무와 풀까지도 모두 핑크 색깔로 칠하게 했다. 
 그러던 중에 고민이 하나 생겼다. 하늘까지 핑크 색깔로 바꾸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고민하던 끝에 퍼시 대왕은 자신의 스승에게 명령하여 하늘까지 핑크 색깔로 바꾸는 방법을 알아 오라고 명령했다. 
 며칠 뒤, 스승이 하늘을 핑크 색깔로 바꾸는 방법을 알았다고 보고했다. 
 기뻐하는 퍼시 대왕에게 그는 안경을 하나 주면서 "이 안경을 쓰고 보면 핑크 색깔로 바뀐 하늘을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이 안경을 끼고 보니 정말 하늘이 핑크 색깔로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모두 핑크 색깔이었다. 그날부터 퍼시 대왕은 자나 깨나 이 안경을 쓰고 살았다.
 "색안경을 끼고 보다"라고 하는 말이 있다. 
 세상을 있는 대로 보지 않고 자기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에 빗대 하는 말이다. 
 이를 관점(觀點) 또는 견해(見解)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두 단어에 모두 '보다'라는 뜻의 觀(관)과 見(견)이 들어가 있다. 
 사물이나 사건 등을 보는 데는 올바른 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사물을 보는 관점이나 견해가 다르면 혼란이 발생한다.
 눈을 가리키는 한자가 두 개 있다. 안(眼)과 목(目)이다. 
 눈을 치료하는 병원을 목과(目科)라고 하지 않고 안과(眼科)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目(목)은 생체(生體) 기관인 눈, 즉 렌즈 기능으로서의 눈이다. 여기에 뿌리 근(根)을 덧붙여서 안(眼)이라고 하는 건 눈의 뿌리를 이해해야 보는 기능을 올바로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렌즈 기능으로 세상을 보고 이를 눈의 뿌리인 마음으로 본질을 파악해야 제대로 보는 눈이 된다. 
 장자가 친구인 혜자(惠子)와 나눈 대화에 '견백석(堅白石)'이 등장한다. 
 희고 단단한 돌이다. 이를 철학으로 정리한 말이 견백론(堅白論)이다. 
 혜자는 장자의 친구로 장자 철학을 이루는 데 많은 역할을 했으며 제자백가 가운데 명가(名家)를 이룬 학자이자 정치가다. 
 이들이 나눈 견백론 역시 핑크 대왕 퍼시의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희고 단단한 돌이 있다. 한 사람이 지나가면서 이 돌을 힐끗 보았다. 또 한 사람이 지나가다가 이번에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돌을 직접 만져보았다. 또 한 사람은 그 길을 지나가며 돌을 보긴 하였으나 아무 관심 없이 흘깃 보아서 거기 그 돌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다투었다. 
 보기만 한 사람은 흰 돌이라고 하고, 만져본 사람은 단단한 돌이라고 우기고, 관심 없이 지나간 사람은 돌이 없었다고 말한다.
 같은 돌 하나를 두고 어떻게 보았느냐에 따라 이렇듯 견해가 다르다. 
 관점을 올바르게 가지기 위해서는 상대의 생각으로 사물을 보고 상대의 언어로 대화하면 된다. 
 상대의 시선을 통해 나를 보면 관점이 올바로 선다. 시시비비는 이 관점이 무너지면서 서로 자신의 견해만을 주장하기에 일어난다. 

김호운
오영수문학상 운영위원장·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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