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 노선 172㎞ 운행 … 일일 이용객만 85만명
운영·유지비용 감안 가성비 높은 운송수단 각광
도심 주요 명소와 연계된 코스 관광객에 큰인기
 

오스트리아 빈의 고풍스런 도심을 가로지르는 고전 트램과 현대식 트램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했다
오스트리아 빈 도심을 달리는 고전 디자인의 트램.
오스트리아 빈 도심을 달리는 현대식 디자인의 트램.
오스트리아 빈 도심을 달리는 고전 디자인의 트램.

수년째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선정된 오스트리아 빈(Wien). 빈은 대중교통 선진도시라고 불릴만큼 빈은 지하철(U-Bahn·우반), 버스, 광역전철(S-Bahn·S반) 등이 활성화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트램'이 있다. 

빈의 트램은 시민들에게 편리한 교통 수단이기도 하지만, 관광도시답게 관광과 연계해 훌륭한 자원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고풍스런 도심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디자인의 트램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했다. 특히 주요 트램은 빈의 관광지를 한번에 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가도 보기 드문 전시장을 한바퀴 돌아본 듯한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도시의 일부가 된 트램

오스트리아 빈에 트램이 최초로 등장했던 것은 1840년대이다. 이때 트램은 전기가 아닌 '말'이 이끄는 마차의 방식으로 운행됐고, 길이는 약 1.5km였다. 이 트램은 아우가르텐 지역과 당시 유흥 지역인 '콜로세움(Colosseum)' 사이를 운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콜로세움이 문을 닫게 된 후 비엔나 최초의 트램도 1842년 6월 29일부터 중단됐다. 

그러다 20여년 후 1865년부터 다시 말이 끄는 트램이 빈에 등장했고, 이후 그 도로에 여러 노선이 건설되고 운영됐다. 이처럼 빈의 트램은 처음에는 말로 운영되다 1883년 부분적 증기로, 1897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를 사용한 운행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트램은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운송 시스템을 제공하기 때문에 빈 전역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 

현재 28개의 트램 노선이 운영 중이며 총 운행 거리는 172km이다. 이제는 도시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트램. 아침 출근 시간에는 평일 400대가 넘는 트램이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시민들을 수송하고 있으며, 일일 이용객이 8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빈에 트램이 없었다면 대중교통 선진도시로 포함되기 어려웠을 거라는 관측이다.

트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성비가 좋은 대중교통 수단이기 때문이다. 설치비는 버스보다 훨씬 비싸지만 운영비, 유지비를 생각했을 때 아주 큰 도시가 아닐 경우에는 아주 좋은 대안이 된다. 

빈의 지하철은 역과 역 사이 간격이 먼 편인데 트램은 그 역과 역사이에 정차하면서 목적지 가까운 곳에 내릴 수 있는 점도 시민들에게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내년에 빈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의 다른 행정구인 niederosterreich까지 새로운 라인이 운행될 예정이다.
 

트램을 타면 창문 밖으로 빈의 주요 관광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 트램의 실내 모습.
빈의 주요 관광지를 가는 트램 1번을 타기 위해 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다.

#주요 관광명소와 연결해 관광수입 창출

취재차 빈 중심인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트램'을 마주했다. 빨간색의 고전 트램과 준현대식, 현대식 트램이 다양하게 노면을 달리고 있었다. 서로 다른 모습을 한 트램이 지나갈 때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빈에서 트램은 교통수단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도시 정체성과 브랜드 등 미래 먹거리 확보 수단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트램이 가지는 상징성도 큰데 이를 주요 관광명소와 연결해 관광 수입을 늘리기도 했다.

노란색의 빈 Ring 트램 약 5km의 링 슈트라세(Ringstrasse)대로를 돌며 도시의 가장 중요한 명소를 통과하는 관광전용 트램이다. 주요 정착지로는 비엔나 국립 오페라 , 의회 , 시청, 미술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황궁, 오페라하우스 등이다. 트램을 타고 빈 곳곳을 돌아보는 것은 여행에서의 또다른 묘미가 된다. 

이 트램은 주요 관광지들을 차례로 정차하면서 영어, 일본어 등 8개국 언어로 설명을 해 세계에서 찾은 여행객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에서 입국금지와 격리 등이 이어지면서 관광객 수요가 현저히 줄었고, 이에 따라 지금은 빈 Ring 트램의 운영은 중단된 상태다.

대신 트램 1번을 타면 된다. 취재를 위해 직접 1번 트램을 타 보니 Ring 트램의 노선과 비슷하게 링 슈트라세를 따라 운행을 했다. 링 슈트라세는 과거 빈의 성벽이 세워져 있던 곳이기 때문에 이곳을 따라 온갖 명소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1번 트램을 타고 끝에서 끝까지 오가면, 빈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골고루 둘러볼 수 있다. 

트램 창문 밖으로는 국립 오페라, 의회, 시청 등을 스쳐 지나갔고,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어느 나라를 가도 보기 드문 옛날 양식의 대형 전시장을 한바퀴 돌아본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퇴근시간이 되자 도시 중심의 교통체증이 심했는데 트램을 탑승한 덕분에 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른 시간 내 이동할 수 있었다.

팁으로 빈에는 공식 여행 카드 '비엔나시티카드'가 있다. 트램을 비롯한 다른 대중교통을 포함해 박물관 등 관광지, 공연장, 쇼핑, 식당, 카페 등 10~2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24년 동안 관광 가이드를 해 온 오스트리아 가이드협회 부의장 레기나 엥겔만(Regina engelmann)씨.

(인터뷰)관광객들에게 인기 만점 '트램'

관광객들에 대한 트램의 인식도를 알아보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24년 동안 관광 가이드를 해 온 오스트리아 가이드협회 부의장 레기나 엥겔만(Regina engelmann)씨를 만났다.

그는 빈이 트램이 잘 정착된 도시인만큼 '트램 관광지'로도 유명하다고 했다.

"관광지 주변으로 트램 노선이 많아 관광객들에게 편안한 이동 노선을 제공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빈에 머무르는 동안 전반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대부분 트램이 접근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광객들에게 주어진 버스나 지하철 등 여러 가지 대중교통 수단 중에도 트램 선호도가 높다고.

"관광가이드로써 관광객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지하철과 트램 중 어느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냐고 묻으면 대부분 트램을 선택한다"며 "이유는 간단하다. 비엔나 주요 관광지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이동할 수 있는 데다 교통체증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광객 끌어모이기 위해 트램을 도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트램을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다. 관광객은 나중의 문제이다. 우리도 트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혀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트램을 없애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신섬미 기자
사진=심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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