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신임 안건 상정에 사직서 제출
"법령 위반·직무유기 없어" 항변
일각선 당 대 당 갈등 유탄 분석
제8대 울산북구의회 의정이 불과 110일만에 강제추행 파문으로 얼룩졌다. 남성의원이 여성 의장을 상대로 강제추행을 문제 삼아 경찰에 고소한데 이어 이를 법령 위반으로 해석해 '의장 불신임 안건'까지 나온 건데, 여지껏 의장직을 두고 당대당 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정치적 의도'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북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재완 의원은 이달 13일 북부경찰서에 진보당 강진희 의장을 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15일 경남 거제에서 진행된 의원연수과정 중 만찬장에서 강 의장이 팔을 움켜쥐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고소 사유를 밝혔다.
민주당 측은 "박 의원의 팔을 살이 파일 정도로 꽉 잡았다. 손톱 자국까지 남아서 동료 의원이 상처를 보고 놀랄 정도였다"며 "그럼에도 강 의장은 한달이 넘도록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 의장은 "원구성 때부터 의장직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과 갈등이 있었던 만큼 서로 응어리도 풀고 싶어 의원들에게 다가가 술잔을 건넸다"며 "다음 날 박 의원이 팔에 상처가 났다고 해서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관련 사안을 두고 지난 13일 민주당 의원 4명은 국민의힘 의원 3명의 찬성을 받아 '울산광역시 북구의회의장 불신임의 건'을 발의했다.
지방자치법 제62조 '의장ㆍ부의장 불신임의 의결' 1항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 지방의회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민주당은 강 의장을 폭행 및 강제추행으로 고소함으로써 조항에서 말하는 '법령 위반'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이를 제206회 1차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상정했다.
18일 오전 10시 열린 본회의에 앞서 강진희 의장은 의회사무과에 사임의 뜻을 전하며 사직서를 냈다.
이에 따라 의회는 김정희 부의장 주재 아래 본회의를 열어 강 의장의 사임을 의결했다. 사임에 대한 무기명 찬반 표결에선 찬성 7표, 반대 1표가 나와 가결됐다. 의장은 북구의회 회의규칙에 따라 의회의 동의를 얻어 직을 사임할 수 있다.
이어진 신상발언에서 강진희 의원은 "사임 사유는 이번 본회의에 '의장 불신임 건'이 올라왔기 때문"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발의했고, 국민의힘 3명이 찬성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와 의원들 간의 신뢰가 깨진 가운데 의장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자치법 제62조를 보면 의장·부의장의 불신임 의결은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직무를 수행하지 않을 때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저는 절대 법령을 위반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적이 없고, 불신임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신상발언에 나선 임채오 의원은 "일말의 사죄·반성 없는 태도에 유감을 표하며, 강제추행은 현장 목격자 진술과 상해 증거 있는 명백한 법령 위반 사유"라며 "의원연수 중 술을 마시고 추태를 부린 강 전 의장은 주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달 전 상황을 상기시키는 것은 지방자치법 상 의장 불신임의 건을 상정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 본질적인 문제는 원구성 때부터 의장직을 두고 이어진 당대당 간 갈등을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강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의장에 선출되면서 민주당 측과 사이가 크게 틀어졌다"며 "게다가 최근 현 정부여당이 추진한 행안부 경찰국 신설도 반대하는 등 국민의힘 측과도 갈등의 씨앗을 남겨뒀다. 실제로 이번 불신임 건도 국민의힘 의원 3명이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장의 사임으로 신임 의장 선출 전까지 김정희 부의장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이후 임시회를 따로 열거나 다음달 예정된 제2차 정례회 때 새로 의장을 선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