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풍수를 다룰 때 천간이나 지지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천간은 하늘의 이치, 지지는 땅의 흐름을 의미한다. 이 두가지의 조합이 우주만상의 흐름을 꿰뚫는 원리다. 여기서 지지는 10개의 천간이 12개의 지지로 분화된 것으로 우리는 이를 십이지(十二支)라는 말로 익숙해져 있다. 지지도 천간과 마찬가지로 음양과 오행으로 나누어진다. 지지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12자로 구성된다. 열두 글자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 있다. 음양은 물론 계절과 시간이 함축돼 있다.
여기서 지지는 주로 시간과 관련해 우리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사람은 원칙적으로 자연의 한 존재로 하늘의 기운을 받고 살아가지만 누구나 땅을 밟고 잇는 기본 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천간, 즉 하늘은 추상적인 기운을 의미하고 포괄적이고 전반적인 흐름을 관장한다면 지지는 인간의 문제에 국한한다. 다시 말해 지지는 천간보다 훨씬 우리의 삶과 가까이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는 전 세계 공통으로 하루를 24등분해 24시간제를 쓰고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 24시간제가 도입하기 전에는 하루를 열두 등분한 12시간제를 쓰고 있었다. 그 당시는 아라비아숫자가 없다 보니 우리들은 시간의 부호를 12지지의 글자를 빌려와 표시했다. 일반적으로 23시~01시 사이를 자(子)시라 했고, 01시~03시 사이를 축(丑)시, 03시~05시는 인(寅)시, 05시~07시는 묘(卯)시, 07시~09시는 진(辰)시, 09시~11시는 사(巳)시, 11시~13시는 오(午)시, 13시~15시는 미(未)시, 15시~17시는 신(申)시, 17시~19시는 유(酉)시, 19시~21시는 술(戌)시, 21시~23시 사이를 해(亥)시라 했다.
그런데 우리들이 흔히 사용하는 위의 시간들은 우리나라의 실제시간과는 차이가 있다. 각 나라의 정오시간은 그 기준점이 있고 정오란 어떤 한 지역에 막대기를 세웠을 때 태양이 막대기의 바로 위에 있어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시각이다. 세계의 시간은 19세기 영국(그리니치) 천문대를 경도 0으로 해 표준시를 정했는데, 일본은 그 위치가 동경 135도에 있고 우리나라는 동경 127.5도 상에 있다. 지구가 동쪽으로 자전할 때 360도를 24등분하면 태양(지구)이 15도 이동할 때마다 1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일본과 우리나라는 7.5도 차이가 있으므로 정확하게 30분 차이가 난다. 즉, 일본의 정오시간이 낮 12시라면 우리나라의 정오시간은 12시 30분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누구나 한 번씩 사주를 볼 때 일본시간에 맞추지 말고 우리나라 시간과 분에 맞춰 자(子)시 또는 축(丑)시 등으로 표기해줘야 본인이 태어났을 때 어떤 기운을 받고 태어났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오전 1시 20분에 태어났다면 동경시를 기준하면 축(丑)시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시간은 아직 자(子)시다. 그러면 축(丑)은 오행으로 토(土)이고 자(子)는 수(水)이기 때문에 사주풀이가 엉터리 사주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표준시는 1908년 4월 1일부터 원래대로 동경 127.5도를 사용했으나 일제강점기로 인해 일본에 맞춰 동경 135도를 사용했다. 그러다 1954년 3월 21일 이승만 정권에 의해 다시 127.5도를 사용하다가 박정희 정권 하 세계로의 무역을 위해 다시 동경 135도를 사용하게 됐다.
북한은 2016년 8월 15일부터 동경 125도인 평양시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평양은 서울보다 더 서쪽으로 치우쳐 있어 경도가 동경 125도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제일 동쪽에 위치한 울릉도의 경우 정오시간이 11시 17분 13초이고, 서울은 11시 32분 24초가 된다.
우리 인체의 시계는 자연의 순환, 특히 태양의 순환에 맞추어져 있다. 생활 리듬이 평소 30분 정도 앞당겨져 있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로 인해 나름의 부작용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