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이 텅 빈 공갈빵. 5천 년 전 뜨거운 돌 위에서 구운 빵 에이슈(Aishu)는 이집트 서민들이 즐겨 먹는 밀가루 빵이다. 러시아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베개로 썼다는 러시아 흑빵 흘렙(chornyhleb). 보리, 콩, 옥수수, 귀리 등에 이스트를 넣어 구운 이 빵은 손님을 맞을 때 식탁 위 소금 그릇과 함께 놓아두면 환대한다는 뜻이다.
6천 년 전 인류 최초의 문명을 이룩한 메소포타미아인들이 만들어 먹기 시작한 빵이 인도의 난(Nahn)이다. 밀가루 반죽을 흙이나 돌 오븐의 내벽에 붙여서 구워 먹던 빵이다. 커리와 잘 어울린다.
‘막대기’라는 뜻의 길쭉한 빵 ‘바게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Le Pain)과 더불어 에펠탑, 베레모 처럼 프랑스의 명실상부한 아이콘이다. 밀가루와 소금, 물, 이스트반죽을 15~20시간 구우면 된다.
프랑스 혁명기에 법령을 제정해서 모든 계급이 귀천에 불문하고 같은 크기와 같은 재료로 된 빵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바게트야말로 프랑스의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빵이다. 나폴레옹 군부대에서 만들기 시작했다거나 오스트리아 제빵사가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1유로(약1,360원)안팎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국민 빵 바게트가 최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에 밀려 정성을 다해 구워내는 장인들에게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970년만 해도 장인이 운영하는 빵집이 5만 5,000개로 주민 790명당 1곳이 있었으나, 최근 3만 5,000개로 줄어 주민 2,000명당 1곳밖에 남지 않았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빵 소비가 늘어났고, 도시에서 버거 등 다른 빵을 많이 먹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30일 모로코 라파트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위원회에서 ‘바게트빵의 장인 노하우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미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의 일상에서 마법과 같이 완벽한 250g"이라고 자랑했다.
우리나라 ‘김치 담그기’와 이탈리아 피자도 등재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평양냉면도 등재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고는 인생의 맛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