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인 올해는 4년만에 찾아온 윤년이다. ‘2월29일’을 볼 수 있는 해이자, 음력으로는 3년만에 ‘윤달’이 돌아온 해다. 올해 윤달은 4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다. 유달리 올해 봄에는 3월과 4월에 결혼식이 몰리고 있는데 속설에 윤달에는 결혼을 해서는 안된다는 풍문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의 윤달은 ‘달력의 계절과 실제 계절의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연중 달수가 다른 해보다 많은 달’을 뜻한다.
우리 조상은 예부터 달이 차고 사그라드는 시기를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을 기준으로 날을 살폈다. 하지만 태음력에서는 달이 지구를 한바퀴 도는 데 354일이 걸리기 때문에 태양력의 365일을 기준으로 보면 매년 11일이 부족하게 된다.
이같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3년에 한번, 19년간 일곱번의 윤달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태양력과의 차이를 바로잡도록 한 것이 윤달의 실체다. 이런 차이를 무시하면 곤란해진다. 윤달을 두지 않아 균형이 깨지면 17년 후에는 눈 내리는 오뉴월과 무더운 동지섣달이 생긴다. 그러므로 윤달은 음양력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달이다.
윤달의 의미는 이렇다. 음력에는 년·월·일·시마다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등 각각의 육갑이 있는데 윤달은 괄호 밖의 1달이다보니 육갑이 없는 공달(空月)이다. 사람으로 치면 생년월일 중 월(月)의 육갑이 없어 사주풀이를 못하는 것과 같다.
2023년(癸卯) 2월의 육갑은 ‘을묘(乙卯)’인데 윤 2월에는 ‘육갑(乙卯)’이 없다. 그래서 월의 육갑이 없으니 존재 밖이라 귀신들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묘소를 단장하는 수묘(修墓)일도 ‘좋은게 좋다’고 해 윤달에 묻지마 수묘와 이장를 해왔고 ‘시신을 거꾸로 장(葬)해도 무탈하다’는 속설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地理大典』에 이르기를 묘소작업 택일에는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4가지를 기록하고 있다.
첫째 보룡(保龍)이라 하여 산소가 있는 산줄기 즉, 그 용맥을 극하지 말아야 하고 둘째, 보좌(保坐)라 하여 그 산소의 좌향을 극하지 말 것이며 셋째, 보 주상(保主喪)이라 하여 맏상주를 극하지 말고 넷째, 보 망명(保亡命)이라 하여 망인을 극하지 말라 했다. 『地理大典』에서 정해놓은 이 네가지는 주로 작업일자의 일진과 상극을 대조하는바 윤월이라도 일진은 분명히 있기에 얼마든지 극을 받을 수가 있다. 통상적으로 윤년이 드는 월에는 이장(移葬), 개사초(改莎草)와 석물을 해도 무해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묘를 움직일 때는 동총운이라는 것이 있어 평소에도 길일 길시를 택해 작업을 한다면 바쁜 윤달을 피해 여유를 갖고 좀 더 저비용으로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동총운은 묘소의 좌향에 따라 대리운 소리운 중상운으로 나누고 대리운에 속하는 해는 이장, 개사초, 석물 등을 할 수가 있으며, 소리운도 그런대로 괜찮아 무해무득이고 중상운에 속하는 해에는 윤월이라도 절대 불가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카더라식의 소문이 팽배해 지면서 윤달을 기다려 모두들 난리법석들이다.
그리고 묘소의 좌향을 모를 경우에는 대공망일이나 투수일 등 동총을 하는데 무탈한 날짜도 많다. 풍수고서 『靑烏經』에서는 혈(묘소)자리는 좋으나 장사가 잘못되면 시신을 버리는 것과 같다해 택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니 무조건 윤달에만 매달리지 말고 평월의 길한 날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음·양택을 막론하고 집 일을 할 때는 택일을 매우 중요시했다. 택일에 따라 가세가 흥하기도 하고 인상손재(人傷損財)가 일어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윤달에만 매달릴까. 윤달이라는 과외의 한달은 지상의 모든 신(神)들이 상천(上天)해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일 뿐 ‘윤달수묘무탈’은 근거가 없고 오히려 일손이 모자라 비용만 높아질 뿐이다.
양삼열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