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 카눈(KHANUN)이 한반도를 휩쓸고 가면서 울산 곳곳에서 건축물 외벽이나 지붕 등의 마감재가 떨어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큰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도심 속 흉기인데도 이를 관리할 기준이 따로 없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3일 삼산의 한 모델하우스. 이 모델하우스 벽면 마감재가 지난 태풍에 곳곳이 뜯겨나간 상태다. 지난 10일 태풍 카눈으로 인한 강풍을 이기지 못해 견본주택 외벽 구조물이 도로 위로 떨어져 한동안 이 일대 교통이 통제 됐다.
삼산동 가구거리에서도 건물 옥상에 설치된 지붕 마감재가 떨어져 도로에 주차된 차량 6대가 파손됐다. 낙하물이 주변 전신주를 건드려 인근에는 한때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나가던 행인이나 차량 안에 사람이 없었지만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뻔 했다.
인근에 주차를 했었던 채모(32)씨는 "꼭 처리해야할 일이 있어 주변에 주차하고 일을 처리하고 왔는데 건물 옥상 마감재가 떨어져 있어 놀랐다"며 "한 블럭만 앞에 주차를 했거나 강풍으로 마감재가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왔을 거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울주군 언양읍 송대리의 한 주택에서는 강풍에 지붕이 떨어지면서 현관을 막아 할아버지 1명이 집안에 갇혀 소방당국이 구조하기도 했다.
울산소방에 따르면 태풍 카눈으로 인한 건축물 외벽과 패널, 간판 등 탈락 위험 신고 및 조치는 29건에 달한다. 각 지자체에서 파악한 소형 건축물의 외벽 이탈 등 크고 작은 피해까지 합치면 이보다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풍속 15㎧ 이상이면 간판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는데 태풍 카눈의 경우 울주군 간절곶에서 최고 26.8㎧의 바람이 분 것으로 관측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카눈보다 강한 태풍이 줄을 이을 것을 감안하면 건축 마감재의 외벽 이탈 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외벽 마감재 등 추락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장에 나간 소방·경찰·공무원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북상 때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떨어진 외벽, 추락한 간판 등에 대한 안전조치를 하던 경찰과 소방, 공무원이 다쳐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건축 마감재 설치 시 강풍에 대한 안전과 관련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유실된 삼산동 견본주택과 같은 가설구조물의 경우 태풍을 비롯한 재난과 관련된 별도 설치 기준이 아예 없다. 그나마 영구구조물의 경우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강한 바람의 압력으로부터 건축구조물을 보호하기 위한 설계상 지역별 기본풍속 기준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지붕 마감재가 떨어져 나간 삼삼동 상가와 울주군 주택처럼 부실하게 시공돼도 정작 건축 허가때 이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지역 지자체 관계자들은 강풍에도 취약하고, 많은 비가 내리면 무너져내릴 위험도 있는 가설구조물 건축설계 시 태풍 등 강풍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조치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사장을 둘러쌓고 있는 방음판, 비계 등을 임시 철거하거나 줄을 이용해 고정하는 등 안전관리에 유의하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모든 가설구조물을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강풍으로 사고를 낸 건물에 대해 서도 건축주에 연락해 재발 방지하라고 경고할 뿐 별다른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