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이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역마다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들로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꼽는 가을 풍경 일등은 다른데 있다. 그것은 바로 시골학교‘가을 운동회’다. 유년시절 경험했던 강원도 작은 시골마을의 가을 운동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학교 운동장에 걸린 만국기가 파란하늘 아래 힘차게 펄럭이고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편 상인들로 운동장 주변은 그야말로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김밥은 물론 삶은 계란에 먹을거리를 발발이 챙겨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한 온 가족이 초등학교로 출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청군 백군으로 나눠 펼치는 열띤 응원전은 두말할 것도 없다,‘따르릉 따르릉 전화왔어요 청군이 이겼다고 전화왔어요’목청껏 불렀던 응원가가 필자의 머릿속에 아직 뚜렷이 남아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학년별로 준비한 부채춤, 곤봉체조 등을 멋들어지게 할 때면 마을 어르신들의 힘찬 박수가 이어졌다. 달리기를 하면 선생님이 손등에 도장을 찍어줬고 공책과 연필을 선물로 받았다. 우리들만 경기에 참여하는 게 아니었다. 마을사람들과 어울려 줄다리기도 하고, 모래주머니를 던져 박 터뜨리기 하는 것도 함께 했다.

그야말로 학교 운동회가 아니라 마을 잔치였다. 그렇다. 시골학교는 그냥‘학교’가 아니다. 시골 학교는 단순한 학습의 공간을 넘어 주민들의 만남과 마을 단합을 이끌어내는 공동체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는 시골학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의 문제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감소, 학령인구가 줄어든 탓이 크다. 그나마 농촌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자체 및 동문들을 중심으로 시골 학교를 살리자는 운동도 전개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미지수다. 어쩌면 가을운동회 응원가를 더 이상 못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폐교로 가속화되는 마을 공동체 붕괴와 지역의 소멸ㆍ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아직도 응원가가 귓가에 맴돈다‘아니야 아니야 그건 거짓말~ 백군이 이겼다고 전화왔어요’오늘따라 가을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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