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오디오북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전자상거래 아마존의 오디오북 매출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그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아직 ‘오디오북’이라는 개념도 익숙하지 않지만 오디오플랫폼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고 ‘오디오 매거진’, ‘오디오 작가’, ‘북 내레이터’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오디오북은 ‘음성을 녹음해 만든 책’으로 종이책과 구별된다. 오디오북 시장이 확대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휴대폰의 보급으로 온라인을 활용한 소통이 활발해졌다. 둘째, 영상 매체 시대이다 보니 활자 매체보다는 구술 언어에 익숙하다. 셋째, 점점 고령화 인구가 늘어나는데 나이 들수록 노안 등의 이유로 책을 읽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오디오북이 생산 보급되는 현실에 충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디오북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자세로 있든 폰 하나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책을 검색해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누워서도 가능하고 때로는 눈을 감고서도 책을 감상할 수 있다. 책을 주문하고 하루 이틀 기다리는 번거로움도 없다. 온라인에 접속해 클릭 몇 번 만으로 금방 내가 원하는 책을 찾아 들을 수 있다. 책 내용을 온전히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 낭독이고 청자는 낭독을 들으며 책을 만난다. 이러한 것들 덕분에 낭독이 다시 움트고, 묵독을 넘어 그 가치가 살아나고 있다. 낭독은 묵독 이전의 보편적인 독서 방법이었다.
일본의 뇌 과학자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와시마 류타’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묵독’보다는 ‘낭독’이 기억력과 집중력을 더욱 높여준다고 한다. 낭독을 하게 되면 우리 뇌의 상당부분이 활성화돼 텍스트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옛 조선 시대에서의 서당교육은 낭독이 주된 교육 방법이었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소리 내어 읽으며 글을 익혔다. 하지만 어느새 낭독 교육은 사라지고 대개 묵독으로 학교공부를 하고 도서관 역시 묵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서율이 80%에 달하고 인구 대비 도서관 수가 우리나라의 5배이며 오디오북 제작사도 400여개가 된다는 독일의 경우는 낭독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故 이어령 선생은 ‘둘씩 짝지어 서로 번갈아 낭독함으로써 결국에는 그 의미를 잘 알게 된다. 이러한 낭독독서를 하는 독일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독해력이 뛰어나다’고 말씀하셨다.
낭독의 이점은 아주 많다. 낭독을 하면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만나게 된다. 자신의 귀뿐 아니라 온몸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하여 온전히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메타인지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하게 되고 자존감도 상승한다.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다보면 발음과 발성이 좋아지며 자신감도 향상된다. 글에 담긴 저자의 말을 이해하려 집중하다보면 자연히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고 아울러 문해력도 증가하는 것이다. 낭독을 하며 삶의 변화를 경험한 분들의 실제 사례도 많다.
한번은 온라인 낭독 모임에서 그 체험담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나이가 지긋하니 환갑이 훨씬 넘은 분이셨는데 그 분은 몇 년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우울증이 낭독을 하면서 차츰차츰 사라졌다고 했다. 약을 복용해도 차도가 없었는데 의사의 권유로 별 기대 없이 시작한 것이 뜻하지 않게 우울증 치유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또 한 분은 매주 1시간씩 딸과 온라인에서 만나 서로 낭독하며 데이트를 즐긴다고 했다. 낭독하며 딸과 시간을 보내다보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처음엔 딸이 탐탁지 않아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딸이 엄마랑 낭독하며 마음 나누는 시간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한동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우리가 낭독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낭독은 서로 정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아름답고 따뜻한 소통의 도구이다. 입과 몸으로 즐기는 일종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낭독으로 소통하는 가족, 낭독으로 소통하는 사회,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낭독은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일이고 마음 기울여 서로를 만나는 일이다.
낭독이 점점 바람을 타는지 여기저기에서 ‘낭독회’가 열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낭독 연주회’라는 타이틀로 기타 연주와 함께 소설 낭독회가 열렸다. 남녀 북 내레이터가 호흡을 맞추며 조해진 작가의 단편 소설 ‘빛의 호위’를 낭독했고 기타 연주자가 한껏 분위기를 돋우었다고 한다. 그날 현장에 다녀오신 분들의 감동어린 소감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마음을 담아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귀한 일이다. 낭독으로 우리 사는 사회가 밝아지고 행복한 웃음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따뜻해지고 밝아질 것이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직장에서도 다양한 목소리의 글 읽는 소리가 자꾸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낭독하는 세상이 펼쳐진다면 우리 삶은 더 풍요롭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낭독의 바람이여! 더 세차게 불어다오!
구경영 북내레이터·시낭송가·배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