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공업단지 풍경.
울산 공업단지 풍경.
 
울산 공업단지 풍경.
울산 공업단지 풍경.
 

 

과거 공업이 사람들을 울산에 끌어 모았지만, 현재는 공업 때문에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공업도시' 울산이라는 영광의 이면에는 '노잼도시', '회색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다. 한국산업단지공단 '2023 전국산업단지 현황지도'에 따르면 울산은 국가산단 2개, 일반산단 22개, 도시첨단 1개, 농공단지 4개가 있으며, 이들 총 면적은 91k㎡ 이른다. 울산시 전체 면적(1,062k㎡)의 약 9%에 해당하는 수치인데 자연구역을 제외하면 공단 면적 비율은 더 높아진다. 무엇보다 공단이 도심과 인접하다 보니 도시가 삭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수 km에 걸친 콘크리트 담벼락과 공장 시설물이 즐비하고, 멀리서도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굴뚝 연기를 흔히 볼 수 있다. 결국 울산의 도시경관 개선을 위해서는 산업경관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울산 남구 장생포에서 바라 본 모습.  2009년 남구에서 장생포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한 기업의 저장 탱크에 그려 넣은 고래 벽화.
울산 남구 장생포에서 바라 본 모습. 2009년 남구에서 장생포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한 기업의 저장 탱크에 그려 넣은 고래 벽화.
 

#산업경관 개선 '답보'?

과거 산업경관에 색을 입히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

울산시는 지난 2008년 고래테마관광사업진흥추진기획단을 출범해 남구 장생포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용잠동 일대 공장 탱크에 벽화 느낌의 대형 고래 스티커를 부착했다.

그 다음 해인 2009년에는 남구에서 장생포 관광 활성화를 위해 또 다른 공장의 석유화학제품 저장 대형 탱크 외벽에 고래 벽화를 그렸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현재 울산시가 조성한 고래 스티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남구에서 조성한 고래 벽화만 남아 있는 상태다.

사라진 벽화가 있던 공장의 관계자는 "과거 울산시 요청으로 외벽을 꾸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훼손돼 철거했다"며 "이후에 다시 하려고 어렵사리 시 예산을 확보했으나 공장 내부 사정으로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남구에서 조성한 탱크의 고래 벽화는 십여 개의 회색 탱크 사이 덩그러니 혼자 있어 오히려 초라한 모습이다.

장생포를 방문한 시민은 "고래 그림을 보니 밋밋한 것 보다 훨씬 예쁘다"라며 "눈에 띄는 탱크 몇 개라도 저렇게 색을 칠해 놓으면 멋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십리대숲, 태화강국가정원, 대왕암 출렁다리 등 울산을 잘 나타내는 그림이면 더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민은 "밤이 되면 장생포에는 조명이 많아 예쁜데 바다 너머 공장단지는 새카맣다"며 "공장에 예쁜 조명을 설치해 놓으면 야간에도 장생포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울산의 새로운 경관 명물이 될 매직 스피어(Magic Sphere). 이 조형물은 'CES 2024'에서 '원더 글로브'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제공
울산의 새로운 경관 명물이 될 매직 스피어(Magic Sphere). 이 조형물은 'CES 2024'에서 '원더 글로브'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제공
 
울산시를 비롯한 울산상공회의소, SK이노베이션(주), 울산대학교가 함께하는 '꿀잼도시 울산, 산업경관 개선사업'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이 6일 울산시청 시장실에서 열린 가운데 김두겸 울산시장, 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김종화 SK이노베이션 울산CLX총괄 부사장, 이재신 울산대학 산학협력 부총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울산시를 비롯한 울산상공회의소, SK이노베이션(주), 울산대학교가 함께하는 '꿀잼도시 울산, 산업경관 개선사업'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이 6일 울산시청 시장실에서 열린 가운데 김두겸 울산시장, 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김종화 SK이노베이션 울산CLX총괄 부사장, 이재신 울산대학 산학협력 부총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산업경관 개선 위해 기업과 맞손

이렇듯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산업경관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지난 6일 울산시는 울산상공회의소, SK이노베이션(주), 울산대학교와 '꿀잼도시 울산, 산업경관 개선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8월까지 남구 처용로 일원 SK삼거리에서 부곡사거리까지 약 1.5km 구간 석유화학 제품 저장 탱크·건물외벽(담장)에 아트디자인을 하고, 공장 정문에는 조형예술품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조형예술품은 지난 1월 'CES 2024'에서 SK그룹 부스에 설치돼 많은 관심을 받은 둥근 형태(지름 6m, 무게 4.5t)의 미디어아트 조형물인 '매직 스피어'로, 미국 라스베가스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스피어(Sphere)' 모양과 같다.

외벽 또한 유명 작가의 그래피티나 벽화 등 트렌디한 형태로 회색 산단 시설물의 다채로운 변화를 검토 중이다.

산업에 문화를 더한 혁신적인 이번 프로젝트는 SK이노베이션(주)의 제안으로 추진돼 의미가 남다르다..

과거 울산시가 기업에 제안해 경관 개선을 시도한 것과는 반대로 기업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SK이노베이션(주) 관계자는 "지난해 개최한 SK울산포럼에서 최태원 회장이 '제조업으로 관광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재미있는 도시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야한다'고 먼저 운을 띄었다"며 "그 생각이 반영돼 이번 협약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삭막한 회색 산업공단 지역이 문화와 결합한 예술거리로 탈바꿈된다면 울산이 대표적인 산업문화 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하며, 경관개선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구에서도 장생포를 명소화하기 위한 신규 프로젝트 발굴에 나선 상태다.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남구는 장생포 고래마을 관광경관 명소화 사업을 신청해 445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한 상태다.

이에 현재 남아 있는 탱크의 고래 벽화에 착안해 주변 탱크를 이용한 새로운 야간 경관 조성을 위해 기업과 협의 중이다.

남구 관계자는 "현재 사업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데 벽화 보다 '미디어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 구현)'를 이용한 야간경관 조성을 생각 중이다"며 "인근 공장과 계속 협의 중인 단계로, 공단 야경을 잘 활용해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4개 구·군 가진 해안경관, 특색 찾아야

해안경관 역시 특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울산은 5개 구군 가운데 중구를 제외한 남·동·북·울주군 4개 구군이 바다에 닿아 약 150km의 해안선을 가졌다. 하지만 북구 신명에서 울주군 서생읍까지 이어져 있는 이 해안선은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해안경관으로 다가오지 않고 있다.

이에 울산시는 '2035 울산시 해안경관계획'을 세워 해안경관 특성화, 해안경관 회복, 해안경관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전략을 구성 중이다. 해안마을 정체성을 부여하고 지속가능한 경관을 형성해 관광자원화하겠다는 거다. 주요 사업으로 '문화역사마을 가꾸기', '어촌 빈집 리모델링', '랜드마크 방파제 조성', '어촌관광 개발' 등이 있다.

여기에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휴양공간에 대한 계획도 모색해야 한다. LA의 산타모니카 해변의 경우 비치발리볼, 농구, 놀이·오락시설 등 다양한 연령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관광객뿐만 아니라 인근 시민들도 즐겨 찾고 있다.

#랜드마크 부재, 종지부는?

여전히 울산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까닭에 울산시는 랜드마크 조성에 혈안이지만 번번이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시는 예산 250억 원을 들여 울산의 관문인 국도 24호선 인근 야산에 '기업인 흉상'을 세우려다 시민 여론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고, 이후 울주군 언양에 세계 최대 크기의 성경책을 제작하거나 동구 대왕암공원 앞바다에 거대 부처상을 띄우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역시 큰 논란만 낳았다.

각종 랜드마크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태화강 위 세계적인 오페라 하우스 건립 사업은 본격적으로 타진되고 있는 모양새다.

울산시 관계자는 "오는 4월까지 타당성 및 기본구상 용역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최근 김두겸 시장이 대통령실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대통령도 취지에 공감하고 있으니 복잡한 인허가 등도 쉽게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울산의 상징성이나 특색 없이는 랜드마크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변일용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랜드마크는 기본적으로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성을 잘 나타내야 한다. 공업탑 로터리나, 태화강국가정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며 "오페라 하우스도 타 지역보다 상징성, 규모 등에 상대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설치된 문화시설에 불과해 랜드마크로 인식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채널(youtube.com/iusm009)과 홈페이지(www.iusm.co.kr), 인스타그램(@ulsan_maeil)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심현욱 기자 betterment00@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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