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미IAU교수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미IAU교수

   서울 반포동의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60억원에 거래되었다. 아무리 물가가 많이 오르는 인플레이션 시대라지만 국민평형 규모의 아파트 가격이 60억원이라고 하니 조금 황당한 생각도 든다. 물론 60억원에 거래된 이 아파트는 기존의 아파트와는 다른 상품성을 가지고 있다. 한강 조망이 뛰어나고 강남에서도 가장 신축인 단지이다. 그렇지만 이 60억원이라는 금액은 기존 부동산 상품과 비교하면 꼬마빌딩과 유사한 가격이라 더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플래닛이라는 부동산정보업체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7월 서울시 상업·업무용빌딩 매매거래 중 50억원 미만인 꼬마빌딩 거래건수는 136건으로 전체 거래에서 60.7%를 차지한다. 물론 이는 서울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같은 시기 울산의 상업·업무용빌딩 매매거래 금액은 평균 143천만원이다. 전월(20246)에는 178천만원이었으니 조금 줄어들었으나 작년 같은 기간(20237)109천만원과 비교하면 꽤 늘었다. 현재까지 울산에서 국민평형으로 가장 높은 가격은 12억원에 불과하니 꼬마 빌딩과는 가격차가 꽤 난다.

  200억대에 거래되는 아파트도 존재하지만 국민평형인 30평대의 아파트가 모두가 선망하는 꼬마빌딩 가격을 추월하는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대체제와 보완재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할 때 다른 재화의 수요량이 증가하면 이들 재화는 대체재라고 하며 반대의 경우 보완재라 한다. 쉽게 설명하면 대체재는 경쟁관계에 있는 상품이며, 보완재는 두 제품이 합쳐져야 하나의 효용이 완성되는 상품들 간의 관계를 말한다.

  이를 전원주택이라는 부동산 상품에 적용하면 왜 2010년대 초 전원주택이 실패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전원주택은 기존 아파트와 대체관계에 있는 것으로 착각했었다. 웰빙과 힐링의 트렌드가 거세게 불어 이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도심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시골로 이사하려는 수요는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은 도심의 아파트 생활을 유지하면서 주말이면 시골에서 웰빙과 힐링을 실천하려는 수요였다. 즉 보완 관계였다.

  52, 5일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2일은 시골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가 대세라면 10억원에 이르는 주택은 부담이다. 기존의 주택을 유지하면서 구입하기가 일반인이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최근 전원주택은 수도권에서도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분양하고 있으며, 올해 12월부터 운영될 기존의 농막제도를 확대 개편한 농촌체류형 쉼터또한 이런 개념에 부합한다고 보여 진다. 기본 개념을 경제학에서 차용한 대체재와 보완재는 고정된 것은 아니면 트렌드에 따라 그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전원주택과 아파트는 보완재로 다시 자리매김한 것이다.

  과거 빌딩과 아파트는 보완 관계였다.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추가적으로 빌딩을 매입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했고 초등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건물주라는 대답이 많았다. 50억원의 빌딩을 가진 건물주는 수십 억원 정도의 고가 아파트에도 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금리가 올라가고 불황이 찾아오면서 빌딩거래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했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 강한 자산가들 입장에서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빌딩자산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특히나 시중의 유동성은 넘쳐나는데 반해 주식, 코인 등 부동산을 제외한 투자자산들의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빌딩을 대체할 수 있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기존의 꼬마빌딩을 정리하면서 생긴 여유자금을 가지고 똘똘한 한 채인 초고가 아파트를 구입하는 자산가들이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맞춰 기존의 아파트와 차원이 다른 제4세대 아파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초고가 아파트는 자산가들의 플렉스(Flex) 문화의 대상으로 부상하게 된다.

  제4세대 아파트들은 커뮤니티 시설을 호텔급으로 만들면서 외부로 나가지 않더라도 단지내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한 진정한 자신들만의 게이티드 하우스(gated house)를 만들어내었다. 과거의 아파트들은 아무리 좋은 입지에 위치하더라도 콘크리트 덩어리라는 물리적 특성은 같았지만 요즘 신축 아파트들은 이런 물리적 특성도 다를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시설을 보강하면서 케이터링(catering)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냈다. 아마 우리나라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지만 실버타운과 같은 노인 주거시설이 지어지지 않는데 대한 반작용도 포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경우에도 입주하는 아파트에 수영장 등을 설치하면서 커뮤니티를 보강한 신축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규제와 다양한 복합요인으로 인해 아파트는 이제 빌딩의 대체재로서 부각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올해 2분기 자료에 의하면 우리 울산의 경우에도 중대형상가의 자본수익률이 0.0%를 기록하면서 전국에서 광역시(특별시) 중에는 가장 낮은 투자수익률(0.75%)를 기록 중이다. 2009년 입주한 신정동의 대공원코오롱파크폴리스(111)가 올해 20억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아파트가 빌딩을 대체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미IAU교수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