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대폭 개선되면서 국내에선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보여주기' 목적의 사육 금지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수족관 고래 방류에 대한 목소리가 가장 높고 개체 추가 반입을 금지하는 법까지 제정됐다. 통상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 등은 관광콘텐츠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스페인 바르셀로나 동물원(Zoo de Barcelona)의 주요 임무는 야생 동물과 자연 서식지의 보존, 과학적 연구 및 보급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동물원 및 수족관 협회(WAZA)와 유럽 동물원 및 수족관 협회(EAZA)의 연구 위원회가 수립한 지침과 전략에 따라 운영중이다.
97개의 EAZA 프로그램,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서식지 외 관리에 참여하고 있으며 보유 종의 85%이상이 국제 자연보전 연맹(IUCN)의 멸종 위기 '적색 목록'에 포함돼 있다. 관광콘텐츠가 아닌 보호와 연구, 교육의 장인 것이다.
#은행 사업가 기증으로 시작된 동물원
안토니 알라콘(Antoni Alarcon) 바르셀로나 동물원 디렉터에 따르면 19세기 유럽은 희귀한 동물 등 수집품을 왕에게 선물하는 방식으로 기증하는 문화가 있었다. 루이 마티(Lluis Marti)라는 한 은행 사업가는 자신이 수집한 동물들을 바르셀로나시에 기증했고, 이것이 바르셀로나 동물원의 시초가 됐다. 그는 국가적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동물 컬렉션을 보여주는 이벤트를 했었는데, 이 장소에 1892년 동물원이 문을 열게 됐다.
동물 컬렉션이라는 비환경적 요소로 시작했지만 바르셀로나 동물원은 132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환경을 설명하고, 연구하고 보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나갔다. 생물다양성 보호, 환경 교육, 지속 가능한 관행을 주요 목표로 세웠고, 동물원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2004년에는 바르셀로나 시의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시민 공약에 가입했고, 2009년부터 연구 및 보존프로그램과 바르셀로나 동물원 재단(Barcelona Zoo Foundation)을 통해 108개의 기관 협업 프레임워크 프로그램, 110개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75개의 연구 보존 프로그램 장학금 등을 수여했는데, 여기에는 150만유로(22억가량) 이상의 연구 및 보존에 대한 직접 투자가 포함됐다. 또 2009-2016년 기간 동안 바르셀로나 동물원 보조금으로 개발된 프로젝트의 50% 이상이 토착 동물 종에 집중됐다. 2015년 9월에는 UN이 제시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토대로 2019~2030년 지속 가능성을 위한 행동 계획을 수립했다.



#멸종위기종 보호 지원에 연간 133억 투입
바르셀로나 동물원에는 300종 이상 약 2,000마리의 동물, 320종 약 1,300포기의 식물이 있으며 이 중 멸종위기종은 110종 230개체가 살고 있다.
동물원 1년 운영비는 1,800~1,900만유로(266~280억원가량)다. 연간 입장료 수익이 900만유로(133억원가량)인데, 나머지 금액은 바르셀로나시에서 부담하고 있다. 동물원의 운영기조를 생각하면 지자체가 멸종위기종 보호 등을 위해 연간 133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바르셀로나 동물원은 최근에는 갈라파고스 땅 거북(Galapagos Tortoise), 호랑꼬리리머(ring-tailed lemur) 등의 멸종위기 취약 등급의 동물들을 보존하기 위해 동물원 부지 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태환경을 구축하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5,000만유로(736억4,000만원가량)를 투입하는 대공사인데, 이것만 봐도 바르셀로나 동물원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안토니 알라콘과 취재진이 함께 동물원을 둘러봤는데, 실제로 동물원이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생태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단순히 동물 소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생태계에서의 위치, 역할, 그리고 먹이사슬 관계 등에 대한 내용이 함께 설명돼 있었다.

안토니 알라콘은 "우리 동물원의 지속 가능성 계획은 향후 10년 동안 수행될 200개 이상의 행동을 제시한다"면서 "생태계 서비스를 강화하고 동물원과 주변 지역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데 보다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
사진=심현욱 기자 betterment00@iusm.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