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울산MBC PD
이영훈 울산MBC PD

 우리나라 수도권 집중은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다. 국토면적 11%의 수도권에 국민의 51%가 살고 있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도가 높다는 일본보다 2배가 훨씬 넘는다. 신용카드 사용액의 75%는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최근 온라인쇼핑이 늘면서 이 비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한민국 1,000대 기업의 75%는 본사가 수도권에 있다. 제2도시 부산에는 100대 기업 본사는 하나도 없고 1,000대 기업은 28개 회사만 본사가 부산에 있을 뿐이다. 일본의 경우 인구 150만명이 안되는 교토(京都)에는 닌텐도, 교세라, 일본전산 등 세계 1위 기업들의 본사가 즐비하다. 우리의 지방도시는 너무 초라하다. 

 수도권은 지방의 눈물을 먹고 큰다. 조선소 본사와 연구개발센터가 경기도 판교로 옮겨간 이후 울산 동구는 집값이 폭락하고 상가는 한 집 건너 ‘임대' 글자가 붙었다. 그리고 거리엔 외국인 근로자들만 가득하다. 

 지방에 산업단지나 농공단지 같은 공장이 들어서도 과거처럼 주변 지역에 돈이 흘러넘치는 일은 없다. 언양에 대규모로 조성된 길천산업단지나 상북농공단지를 가봐도 그 주변의 식당이나 모텔, 상가 등은 썰렁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하청직원, 비정규직, 외국인 근로자들이다보니 월급을 받아도 넉넉히 쓸 돈이 없다. 

 근로자가 월급을 많이 받는 고부가가치산업을 유치하면 되지 않겠나 싶지만 고임금의 유능한 인력은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방에 고부가가치산업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울산에 있던 자동차와 조선소의 연구개발센터가 수도권으로 이전한 이유가 그 때문이기도 하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고, 지방도시의 넓은 땅을 차지한 대기업의 공장들은 값싼 노동력을 동원한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방에 돈이 없으니 뭘 해도 잘 안된다. 이웃 도시 부산의 북항재개발이 투자할 민간사업자가 없어 좌초 위기라고 한다. 야심차게 시작한 울산강동관광단지도 마찬가지다. 강동해안에 들어서기로 한 자동차박물관, 테마파크 등은 온데간데없다. 텅 빈 상업용지 주변으로 이미 분양한 고층아파트만 즐비할 뿐이다. 정말 대한민국 지방도시엔 노인과 아파트밖에 없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 됐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협동조합이 지방을 살리는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럽의 경우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기업 대부분은 그 지역의 소비자나 생산자가 모여서 만든 협동조합이다. 스위스 슈퍼마켓 체인 1~3위 업체는 모두 협동조합이고 그중에서 미그로(Migros) 협동조합은 국민의 26%가 조합원으로 일 년 매출액만 30조를 넘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싸게 구입해서 비싸게 파는 대기업 유통업체의 독과점이 유독 심하다. 우리나라의 옷값이나 과일, 채소, 고깃값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유가 유통과정의 독과점이 그 원인으로 꼽힐 정도다. 

 지방사람들이 뜻만 모은다면 우리도 유럽처럼 지방에 본사를 둔 멋진 유통회사를 만들지 말란 법이 있는가, 수익이 나면 곧바로 주주의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수익만큼 가격을 낮춰 조합원들과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면 대기업 유통회사와 견줘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협동조합은 비단 유통만이 아니라 금융, 물류, 건축, 교통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 그리하여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윈윈하고 또 자녀들에게도 월급 많고 튼튼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에 다 뺏긴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지방사람들의 뜻과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이영훈 울산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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