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을 정도로 다친 환자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살려내며 지역 응급의료체계를 지탱하고 있는 있는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고작 3억원의 지원이 없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개소 10년도 채 되지 않아 예방가능한 외상 환자 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에도 심혈관 등 타 센터 대비 절반 수준의 당직비, 부족한 관심으로 의료진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는게 현장의 목소리다. 환자를 원활하게 볼 수 있도록 배후 진료과 의료진에게 '인센티브'만이라도 지원해 줄 수 있어도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박한 외침이 아직까진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3월이면 탄탄했던 울산의 중증외상체계에 균열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얘기는 19일 울산 보람컨벤션센터 5층 가람룸에서 열린 2024 하반기 울산권역지역외상위원회에서 나왔다.
2024년 울산 권역외상센터의 성과를 보면 '추가로 살릴 수 있는 비율'을 나타내는 '생존율 지표'가 2.59로 나타났다. 2.59명을 올해 더 살려냈다는 얘기인데, 전국 권역외상센터 평균이 0.58로 울산이 무려 4배 이상 높다. 그 반대 개념인 사망률 지표는 0.62로 이 역시 전국 평균 0.89보다 낮았다. 올해 복지부 평가에서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이 부분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또 울산 권역외상센터는 살 수도 있었던 환자를 뜻하는 예방가능한 외상 환자 사망률 7.55%를 올해(11월까지 기준) 기록했다. 선진국의 경우 평균 12~13% 정도이고, 중증외상 시스템에 특화된 미국은 3% 수준이다. 국내에서 권역외상센터가 출범한 2015년 당시에는 울산 권역외상센터의 예방가능한 외상 환자 사망률은 26.4%, 전국 평균은 30.5%였다. 불과 10년도 안되는 시간에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 2021년을 기준으로 울산은 9.9%, 전국 평균은 13.9%였는데 꾸준히 전국 평균 이상의 중증외상체계를 유지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탄탄한 중증외상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 닥터 119 시범사업을 추진 성공적인 효과를 거뒀다.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구급대원이 운전하는 닥터카를 타고 현장으로 향해 골든타임을 확보한 건데, 모든 환자가 다 산 것은 아니지만 내원 후 응급 수술 시작까지 30분대로 시간을 대폭 줄이는 의미있는 활동이 됐다. 이 시범사업은 2025년 정규 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할 예정이다. 또 울산뿐만 아니라 경주 외동까지 닥터카 권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시스템을 수행할 의료진이다. 아직까진 울산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이 버티고 있지만 정부의 필수의료 개혁 정책의 지원 등이 전혀 없는데다, 배후진료과와의 협업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날 위원회에 참석한 김현주 울산시민연대 대표는 "내년 울산시 예산에도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내려오는 국비 외 다른 예산은 편성이 안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시민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인데 안타깝다. 울산시가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서 권역외상센터에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지훈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희망이 보이질 않으니 다들 많이 지쳐있다. 전국 각지에 수천억원을 들여 구축한 권역외상센터가 대부분 기능을 잃었고 울산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응급실, 필수의료과처럼 수십·수백억을 지원해 달라는 게 아니다. 1억~3억원의 예산만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면 배후진료과 의료진들 인센티브를 줄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읍소했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