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이 현장 체험학습 중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 관련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법정에 선 교사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울산 교육계는 이번 선고를 계기로 현장체험학습 거부까지 고려하고 있다.
11일 춘천지법 형사1단독 신동일 판사는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방문한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진 사고 관련 인솔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담임교사 A(35)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인솔보조교사 B(39)씨에게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버스 운전기사 C(73)씨에게는 금고 2년을 선고했다.
2명의 교사는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이 이동할때 버스 주변에 있는 학생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거나 인솔 현장에서 벗어나는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학생이 버스에 치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교사 측은 이 사고는 버스기사의 과실이고,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일부 주장만 받아들였다.
1심 선고로 담임교사 A씨는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여서 국가공무원법상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한다.
이처럼 이번 판결은 교육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어서 기소 시점부터 주목됐다. 사건의 쟁점은 교사의 주의 의무와 과실여부 등이었다. 결국 이번 선고로 결국 현장체험학습시 인솔을 맡는 '담임교사'의 책임이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울산교육계는 이번 선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울산교원단체총연합회, 울산교사노조, 전교조 울산지부 등은 한목소리로 '교권보호'는 온데간데 없다며 현장체험학습 무용론을 제기했다.
울산교사노조 박광식 위원장은 "이번 선고를 보면 교사들이 직을 잃으면서까지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할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교사들은 결국 소풍, 수학여행, 교육체험시설 등 학교 밖에서 행해지는 현장체험학습 모두 거부할 수 밖에 없다. 담임교사가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이 상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울산교사노조는 경기도 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으면 현장체험학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자 학부모들이 교사를 직무 유기와 아동학대로 고발하겠다고 하는 등 갈등을 빚은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경기도 양주 사례의 경우 실제 고발까지 이뤄지지 않았지만, 교사들은 보호받지 못하는데 누가 '직'을 걸고 현장체험학습을 강행하겠는가"라며 "지난해부터 교육부에 대책 마련을 줄곧 요구했지만 개선된 것이 없다. 심지어 이번에 실형 선고가 나와 교사들의 교육활동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교원총연합회 신원태 회장은 "우려하던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선고로 현장체험학습은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라며 "학생, 교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현장체험학습은 중지해야한다. 초등교장단과 논의해서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현장체험학습을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울산지부 관계자는 "이번 선고는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모든 책임이 교사에게 있다고 보는 것으로 선고 결과를 용납할 수 없다"라며 "현장체험학습을 시행할 경우 교사에게 책임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보호 대책도 마련돼야한다. 학교안전법 개정이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