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하KDDX) 사업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최종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논란이 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화오션이 방사청에 "구축함 설계도를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업부 방산업체 지정 근거로 사업 참여를 본격화하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방사청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체결 전 업체에 기본설계 자료 제공과 관련한 법령이나 규정은 없다"며 사싱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오션은 지난달 26일 방위사업청에 KDDX 기본설계 목적 문건 제공 협조 요청을 위한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KDDX 기본설계는 해당 사업을 수주한 HD현대중공업이 2020~2023년 36개월 간 진행했다. 약 3만 5,000여 장의 산출물과 2,500여 장의 설계도가 완성됐다. 예산 199억 원이 투입된 정부 소유물이기도 하다.
기본설계 자료 제공은 후속함 건조 계약 체결 후에야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인데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 방식이 결정되기도 전이고, 전례도 없는터라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체결 전 업체에 기본설계 자료 제공과 관련한 법령이나 규정은 없다"며 사실상 불가 입장을 전했다.
한화오션은 방산물자인 구축함(KDDX) 완제품에 대해 방산업체 지정된 것을 근거로 경쟁입찰이나 공동설계 형태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입찰제안서 작성을 위해 기본설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체결 전 업체에 기본설계 자료를 요청한 것에 대해 "'제공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없으며 비슷한 전례도 명백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2023년 장보고-Ⅲ배치-Ⅱ 3번함과 지난해 군수지원함(AOE-Ⅱ) 2번함에 대한 입찰공고 이전에 업체들에게 설계 문건을 제공한 바 있는데 장보고-Ⅲ배치-Ⅱ 3번함의 설계 문건은 HD현대중공업이, 군수지원함(AOE-Ⅱ) 2번함에 대해서는 한화오션이 문건을 요청해 수령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설계도면을 제공하는 단계는 양산함 사업에만(2번함부터) 한정되며, 선도함 연구개발 사업에서 설계도면을 사업 미수행업체에 제공한 사실은 없다"며 "KDX-Ⅱ 충무공 이순신함의 경우 방사청 이전에 해군이 사업 관리할 때였고 그 때 기본설계 업체와 상세설계 업체가 달라서 나중에 시험평가 때 결함이 발생했고, 이후 2006년 방사청 개청 시에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답했다. 함정연구개발의 리스크를 키운 실패 사례라는 주장이다.
함정 연구개발 사업은 관련 규정상 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의 3단계로 구분된다. 기본설계 이전 '개념설계' 단계도 있지만, 이는 함정의 콘셉트(concept) 설정을 위한 것으로 소요 결정을 위한 용도다. 기본설계부터가 연구개발 단계로 인식되는데 이후 상세설계는 해당 조선소의 설비와 능력 등을 감안한 말 그대로 생산을 위한 설계 절차라는 판단이다.
방사청은 개청 이후 18번의 함정 연구개발 모두에서 기본설계 수행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했다.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3항과 방위사업관리규정 89조 등에서도 이를 보장하고 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 8,000억 원을 투입해 6000t급 최신형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업체 선정과 2029년 건조 및 시험평가 완료 등을 거쳐 2030년 해군에 인도하는 로드맵을 세워져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해당 함정 건조를 위한 시설·인력·보안 요건 등을 평가하는 방산업체 지정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모두 지정하는 이례적 판단을 내놓으면서 또 다시 안개 속 국면에 빠졌다.
방사청은 여전히 관행대로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아니면 공동설계나 경쟁입찰로 할지 고심 중인데 오는 17일 사업분과위원회 안건으로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이 상정, 논의되고 이후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까지 이뤄지면 사업 방식은 최종 결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사청의 KDDX 사업 추진 방식이 조속히 결정돼,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 없이 양사가 K-조선 '원팀'으로서 해외 함정 시장 공략에 힘을 모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태아 기자 kt25@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