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유일의 노숙인 복지기관이 밀려 들어오는 응급 노숙인들로 한계치를 넘어섰다.
타 지자체 대비 부족한 예산, 손길로 '노숙인 거점 역할'을 수행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시설을 나간 노숙인들이 매년 최소 1명씩 고독사로 발견되기도 하는 등 울산에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울산 유일 노숙인복지시설인 울산노숙인자활지원센터(울산 남구 돋질로 238). 이곳엔 센터장을 제외하고 모두 4명의 사회복지사가 근무하고 있는데, 24시간 근무체계로 오전 평균 2명, 오후 최대 3명의 직원이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과 함께한다.
시설 입소 정원은 30명이다. 현재 시설 입소자는 34명으로, 이미 정원을 넘어섰다. 시설에는 총 3개의 방이 있지만, 한 방 당 10명씩 잘 수 있기에 초과 입소자는 거실에 간이침대를 펼쳐놓고 잠을 청하고 있다. 내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곳이 개소된 1998년 이후 정원은 언제나 포화상태였다. 최대 39명(30% 초과)이 입소한 적도 있다고 한다.
최근 울산의 노숙인 수는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태화강역 KTX 이음 개통으로 대구·경남 등에서 온 타 지역 노숙인 5명까지 가세하면서 입소 비율이 늘었다. 여성 노숙인의 경우 방이 없어 울산에서는 시설에 입소하지 못하고, 부산 등 인근 지자체에 부탁해 보내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곳이 '자활센터'라는 점이다. 통상 거점 역할을 하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서 재활·자활·요양·일시보호 4곳 중 한 센터로 보내 각 맞춤형 보호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근인 부산의 경우 2021년 기준 종합지원센터 2곳을 포함해 △요양 2곳 △재활 2곳 △자활 3곳 △쪽방삼당소 2곳 등 모두 12곳의 시설이 있다.
하지만 울산은 그럴 수 없다. 울산에서 시설에 가겠다고 하는 노숙인들은 탈장·괴사·정신병과 같은 응급상황에 놓여도 재활·요양·자활·일시보호와 같은 시설 분류 없이 모두 '자활'로 보낸다. 자활센터는 말 그대로 '근로 능력을 기르는 곳'이다. 울산은 거꾸로 '자활'이 종합지원센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센터는 정원이 초과해도 밀려드는 노숙인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인 보름 전엔 탈장된 응급 노숙인이 발견돼 센터가 일주일 간 입원치료, 재활의 역할까지 도맡았다. 직원이 부족해도, 수행과 보호까지 모두 센터의 몫이다. 말 그대로 요양이 필요한, 당뇨와 고혈압으로 '일을 할 수 없는 노숙인'도 다수인데, 이들의 경우 '1년 거주 기한'이 무색하게 10년째 센터에서 거주 중인 경우도 있다.
손길이 미치지 못해 떠밀려서 나가는 노숙인도 있다. 그런 경우 작년을 포함해 매년 1~2명씩 고독사로 발견되고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 같은 문제는 보건복지부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5개년 단위로 종합계획을 세우고 있다. 1차 종합계획(2016년~2020년) 당시 과제별 광역자치단체 평가를 한 결과, 울산은 2017년 기준에서 △'노숙인 시설체계의 전문화' △'노숙인 의료지원 접근성 향상' △'노숙인 종사자 배치기준' 부분에 꼴찌인 '미흡'(25~0점)을 받았다. 2차 종합계획(2021년~2025년)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처우와 시설 확충 등 1차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는 평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상황을 '지자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공을 떠넘겼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는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할 뿐, 시설 입소의 경우 시·구·군청장을 거치게 돼 있다. 즉 시설이 자활 1곳 뿐이더라도 실무는 지자체에서 알아서 해결 해야한다는 뜻"이라며 "시설 입소의 경우 종합에서 분야별로 나눠 보내는 것이 맞지만, 그게 안된다면 시설이 있는 인근 지자체로 노숙인을 보내는 방법이 있다. 복지부에서 지난해부터 노숙인 종합 거점 지원 사업이 폐지됐기 때문에 시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전문가는 '자활센터'가 거점 역할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자활시설은 재활·자활·요양·일시보호 4곳의 시설 중 가장 노숙인에 대한 서비스가 약한 종류의 시설이다. 다시 말하면 노숙인 당 드는 예산이 가장 적게 필요한 시설이라는 뜻"이라며 "치료나 장기요양을 전제하고 있지 않아 노숙인 수가 적은 지자체에서는 비용 부담을 줄이려고 '자활시설' 형태로 만드는 곳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남 교수는 "기본 원칙은 지자체에서 하는 시설이나 서비스의 상황에다 사람을 맞출 수는 없기에, 그 사람이 필요한 거에다 서비스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노숙인이 병 치료가 필요하다든가,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선 개입을 하기가 어렵다. 의무가 그렇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자체 등이 그 수준의 서비스를 개입하게끔 예산을 확충하는 방법을 써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밑 계획부터 수립해야 한다. 지방일수록 그 역할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1차 종합계획 마지막 해인 지난 2020년 말 17개 광역자치단체별 노숙인 등의 복지지원 사업 예산(국·시·구·군비 포함)은 울산이 약 3억3,000만원으로 꼴찌다. 바로 위 16위 충남이 4억2,900만원, 15위 세종이 11억6,000만원, 14위 제주가 25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2년~2023년까지 2년간 울산에 인력과 예산을 지원했던 '거리노숙인거점사업'은 작년부터 전부 폐지된 상태다.
울산노숙인자활지원센터 관계자는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들이 1년 기한이 넘겨도, 추가적으로 들어와도 '모두 안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임하지만 한계 상황이다. 고독사로 발견되는 노숙인들이 연락 올 때마다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자책하기도 한다"며 "이 시설엔 몸·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과 사업을 했다가 좌절된 사람,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사람, 그리고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울산은 노숙인들이 늘고 있는 곳 중 한 곳이다.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