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치열한 격전지 미국에 30조8,000억 원을 투자해 최첨단 제조 혁신 거점을 구축하고 톱티어 기업 위상을 확고히 다진다.
이번 투자 발표는 다음달 2일 미국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 속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미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카드로 활용될 여지도 커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세 번째 생산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이 개최됐다. 이날 준공식에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장재훈 부회장을 비롯해 브라이언 켐프(Brian P. Kemp)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Buddy Carter) 연방 하원의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HMGMA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성장의 전략적 생산 기지이자, 모모빌리티 미래를 현실화하는 핵심 거점이다. 연산 30만대 규모이고, 전체 부지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1,176만 ㎡(약 355만 평)다.

부지 내에는 완성차 생산공장과 함께 차량 핵심부품 계열사, 배터리셀 합작 공장, HMGMA에 부품을 공급하는 인근 국내 협력사까지 연계하는 등 '첨단 미래차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부지 내엔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등 4개 계열사 공장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이 중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스템을 글로벌 생산거점 중 최대 규모인 연간 30만 대 분량으로 HMGMA에 공급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부품 공급을, 현대제철은 초고강도강 소재 자동차용 강판을, 현대트랜시스는 시트와 시트 프레임을 각각 HMGMA에 공급한다.
이번 HMGMA 준공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10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2004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6만대) 가동을 시작으로 현지 생산에 도전장을 내민 지 20년 만에 이룬 성과다. 미국 2호 공장인 조지아공장(34만대)은 2010년 준공했다. HMGMA는 2024년 10월 아이오닉 5 생산을 개시했고, 올해 3월 현대 아이오닉 9 양산에 돌입했다. 내년에는 기아 모델도 추가 생산할 예정이고, 향후 제네시스 차량으로 생산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여기에다 혼류 생산 체제 도입, 전기차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종도 내년에 추가 투입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4년 간 210억 달러(한화 30조8,637억 원)를 투자해 미국 현지 자동차 생산능력을 20만 대 추가 증설해 총 120만 대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관전 포인트는 HMGMA는 최신 자동화·AI·IT 기술을 기반으로 모든 생산 과정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운영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으로 구현됐다는 점이다. 첨단 로봇이 고중량·고위험 공정에서부터 복잡한 점검이 필요한 검사를 담당하고, 세계 최초로 고중량의 차량 도어 장착 공정을 로봇이 완전 자동화한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도장 품질 역시 로봇 결합 비전 시스템을 통해 차체 1대 당 약 5만 장의 이미지를 촬영·분석해내 신속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게 첨단 로봇을 도입한 대표적 사례다.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도 차체의 복잡한 사양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공정을 책임지며 인간과 협업한다.
HMGMA 의장 공장 내부에서는 차량에 조립되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부품을 운반하는 지게차와 견인 차량 대신, 200여 대의 자율이동로봇이 부품을 적시에 공급한다. 완성된 차량의 품질 검사장 이송 역시 48대의 주차로봇이 담당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00년 40만 대 판매에 머물던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2006년 75만 대, 기아 조지아 공장 준공 이듬해인 2011년에는 113만 대로 판매가 급증했고, 작년에는 171만 대를 판매하며, 국내(125만 대)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HMGMA 준공을 계기로 미국 현지 공장의 긍정 효과를 극대화해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고객 지향의 고품질 신차를 공급해 그룹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HMGMA 부지 내 연산 30GWh 규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셀 공장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부지 내 건설 중이다. 약 36만 대의 아이오닉 5에 배터리 공급이 가능한 규모로 이를 위해 HMGMA 완성차 공장과 계열사 및 합작사 설립에 8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진행 중이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