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이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아 본지에 ‘시민주권시대 성공,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개혁이 초석’이라는 장문의 기고를 보내왔다. 지방자치 혁신을 염원하며 3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1 민선자치 부활 30년의 총평

 올해가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공자는 논어에서 30세에는 자립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립(而立)이라고 했다. 따라서, 한국의 지방자치는 지난 기간 성과와 문제점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향후 이립의 새 길을 찾아 나서야 할 중요한 한 해가 벌써 절반이 지나고 있다. 

 30년 전 한국 지방자치의 부활은 정말 탁월한 국민들의 선택이었다. 그간 지방자치는 국민들의 주인의식을 고취시킴은 물론 개개인들의 삶의 기회와 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즉 지방자치를 통해 주민들이 지역의 주인이 되기 시작했다. 

 즉 주민들은 관·민(官民) 간 수직적 주종관계(Subject)에서 탈피해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 유권자(Voter), 지방행정의 만족 대상으로서 소비자(Client) 또는 고객(Customer), 관(官)과의 대등한 수평적 파트너(Partner) 그리고 진정한 지역의 주인(Owner)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해 나가면서 진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치의 혼란과 불안이 지방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지방정국이 안정되는 기틀이 됐다. 그 결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마다 정체성을 바로 세우면서 지역 실정에 맞는 자립적인 지역발전의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지방자치의 부활은 오랜 기간 형성돼 온 일방적이고 통제적인 권력관계를 타파하는 혁명적 변화이자, 지역이 저마다 자율성과 정체성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주민들은 이 엄청난 변화를 성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전보다 친절해진 민원행정의 개선을 최고의 지방자치 성과로 알고 있을 뿐이다.

 반면에, 지방자치가 우리 사회에 남긴 문제점들은 크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가 정착되면 지역언론에 시장점유율을 대폭 양보할 수밖에 없는 중앙언론이 앞장서서 지방자치의 병폐와 비리, 무능력과 비효율을 크게 다루면서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지방자치에 무관심하거나 불신하고 있다. 

 한국의 좁은 국토에서 거대하고 유능한 중앙정부만 하나 있으면 되지 도대체 243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고 있다. 

 국민들의 신뢰를 좀처럼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방의회는 파행적 의장단 선거, 무분별한 외유성 해외연수, 파격적인 의정비 인상 등의 문제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지방의회의 문을 닫으라는 주민 요구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동시에 고비용·저효율의 지방선거를 여덟 번이나 되풀이하면서도 지방선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비정상적이고 낭비적인 지방선거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냉소적인 태도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지방자치가 30년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흡한 헌법과 자치법 그리고 획일적인 자치제도,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자치역량의 미숙, 미성숙한 자치의식과 문화로는 앞으로 지방자치가 그 성과를 극대화하기보다 낭비와 부작용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 

 지방자치가 청·장년이 된 시점에서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으려면 이제부터 전방위적인 개혁을 통해 지금과는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상궤도에서 상당히 이탈한 현 지방자치가 경로를 재탐색해서 올바른 길을 찾도록 함께 나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치와 분권의 연구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올해 한국지방자치학회와 함께 특별히 짊어져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2 한국 지방자치의 성과와 문제점 및 그 요인

 지난 연말 비상계엄으로부터 시작된 중앙정치의 위기와 혼란이 지난 6월 3일 대선과 함께 일단락됐다. 다행인 것은 30년간 뿌리내려 온 지방자치의 틀 속에서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많은 정치분열과 사회갈등이 있었지만 우리 국민들이 감당한 대단한 정치발전이다. 

 특히 이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지방자치로 성숙된 주민들의 민주의식은 한국 민주체제를 지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의 부활은 문제점들을 보다 훨씬 큰 성과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앞으로 중앙정치의 안정과 국민통합, 민생경제를 비롯한 경제부흥 등이 긴급한 상황에서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이슈들이 자칫 퇴색하거나 실종될 가능성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올 한해 남은 기간동안 지방자치와 분권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국민들에게 정확히 재인식되는 계기를 만들면서 지방자치 부활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그 원인을 진단하고 그를 바탕으로 개혁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제를 통한 지방선거에서의 정당참여 문제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 선거와 정당은 불가분의 관계이지만 그 주요 목적은 책임정치의 실현에 있다. 그러나 지역의 인물들이 정당의 책임하에 정책경쟁과 인물검증을 통해 실시돼야 할 지방선거는 이미 그 기능을 대부분 상실했다. 

 지방선거에서의 선택기준은 오로지 정권심판론 또는 정권안정론의 중앙정치 이슈에 함몰돼 치러지고 있다. 이로 인해 첫 단추를 잘못 낀 지방자치는 매번 그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 채 중앙 정당정치에 종속되는 현상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당의 책임정치는 실종돼 가고 있다. 이제는 정당 간의 경쟁과 갈등에서 한걸음 더해 같은 정당내에서도 지방의회 의장단 같은 감투를 놓고 사생결단하면서 지방의회가 상당기간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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