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경 울산다문화교육지원센터 장학사
이인경 울산다문화교육지원센터 장학사

  '나는 앞으로 너희들에게 물건을 선물하지 않겠다. 경험을 선물하겠다'

  한국어학급을 맡고 첫 문화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한 결심이다. 한국어학급은 한국의 공교육에 막 진입한 이주배경학생들이 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는 특별학급이다. 나는 한국어학급 담임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한국어학급 학생 A가 휴대전화를 열어서 SNS 화면을 보여줬다. 공항 기념품점 같았다. 사진 속 매대에는 초콜릿을 포장한 것 같기도 하고 수제 과자 상자 같기도 한 것이 잔뜩 쌓여있었다. 아래에는 아이의 출신국 언어로 뭔가가 적혀있었다. 아이는 들떠서 말했다. 이런 물건을 배달해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물건을 구입해서 배달해 주면 배달료 2,000~3,000원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세하게 물어봤다. 특정 SNS에 아이의 출신국 커뮤니티가 있는데 거기에 이런 아르바이트(?)가 자주 올라온다는 것이다. 

  순진한 아이들을 시켜서 마약 배달이나 불법적인 물건을 운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이 툭 떨어졌다. 내 말을 어려워하는 것 같아 번역기 앱을 켰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세상에 얼마나 범죄가 많은지 설명했다. 심각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표정은 정색을 하고, 과장된 몸짓과 손짓까지 해가면서 번역기에 대고 "이런 심부름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소리를 질렀다. 평소와는 다른 선생님의 반응에 아이도 놀래서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이 녀석이 이미 심부름을 한 걸 아닐까. 혹시 우리 반 아이들이 불법적인 물건을 배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쁜 사람들이 애들을 나쁘게 이용하려고 할 때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교육이 필요하다! 경험을 선물할 때이다! 여기저기 알아봤다. 울산남부경찰서와 연락이 닿았다.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한 범죄 예방 교육을 열기로 했다. 경찰 체험도 하기 위해 우리가 울산남부청소년경찰학교로 가기로 했다. 다른 학교 한국어학급에도 알려서 두 학교가 함께 하기로 했다. 가기 전에, 교육에 필요한 한국어 단어와 문장을 뽑아서 열심히 가르쳤다.

  두 학교 이주배경학생들이 경찰학교 1층 강의실을 채웠다. 경찰관들이 맛있는 과일과 기념품으로 환대해줬다. 범죄신고 112부터 자신이 알지도 못한 채 노출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강의가 이뤄졌다. 한국어가 서툰 아이들을 위해서 그림과 영상 자료가 풍성하게 곁들여졌다.

  2층으로 올라가서 경찰 장비를 사용해보고 제복도 입어 보고 사진 촬영을 했다. 경찰관 세 분이 도와줬는데 실감 나는 체험으로 아이들이 놀라는 눈치였다. 경찰 방패와 삼단봉의 위력은 나도 꽤 무서웠다.

  다음 날, 한국어와 출신국 언어로 소감문 쓰는 시간을 가졌다. 번역기 앱으로 소감문을 읽어봤다. 역시 가르친 만큼이었다. 이미 익히고 간 한국어가 사용된 부분은 아이들이 비교적 잘 이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체험활동이 재미있었다고 적혀있었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같은 출신국 친구들을 만난 즐거움도 보였다. 

  다녀온 후, 최소한 우리 반 아이들은 더 이상 112와 119를 헷갈려하지 않았고, 한국말을 못 해도 112에 영상통화로 신고할 수 있고, 퀵보드를 타면 절대 안 된다는 것, 모르는 사람 심부름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

  아이들은 학교와 교사가 관심을 쏟는만큼 성장한다. 이주배경학생은 더 그런 것 같다. 부모가 우리 사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교사의 정보와 가르침에 많이 의지하기 때문일 터이다. 선생님이 가르쳐주고 학교가 경험하게 한만큼 한국사회를 알아가는 것이다. 

  필요한 것을 경험하게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경험, 아주 요긴한 경험을 선물한 것 같아서 흐뭇하기도 했다. 다음 경험을 찾기 위해서 마음이 분주해졌다.  이인경 울산다문화교육지원센터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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