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 전 일상생활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인공지능(AI)이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생활용품을 살 때도 구매 이력, 검색 패턴, 상품 리뷰 등을 종합분석한 AI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받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일상에서도 널리 쓰이는 AI에 대해 처음부터 긍정적인 평가만 있던 건 아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이젠 AI의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
AI의 긍정적인 면을 주목하는 이유가 더 있다. 과거에도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 사용하는 인쇄기와 전화기, 카메라, 자동차, 컴퓨터 등도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심각한 회의론에 직면했고, 폭력적인 반대 운동까지 일어났다. 또한,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말하는 현상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인간 역시 실수할 수 있는 존재인 만큼, AI 오류를 인식하고 수정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왜 AI를 두려워하는가. 그 두려움의 뿌리에는 인간의 '행위력' 상실에 대한 공포가 있다. 행위력이란 우리가 한 명의 사람으로서 스스로 선택하고 독립적으로 삶을 통제하며 운명을 개척하는 힘을 뜻한다. 즉, 우리 삶에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는 힘이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이다. 그러나 AI 기술과 시스템은 인간 행위력이 지배하던 영역을 인간이 바라지 않은 방식으로 잠식할 수 있다. 기술이 우리 일자리를 차지하리라는 불안. 의지와 관계없이 삶이 흘러갈 수 있다는 무력감.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분노. 이런 요소들이 AI를 거부하게 만드는 근원에 자리 잡고 있다.
AI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처럼 AI와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그리고 실시간 유가(油價)와 일기예보에 기반해 가정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일의 처리를 AI에 맡기는 게 더 나은 영역도 있다. 두 영역에서 모두 AI를 성공적으로 활용한다면, 개인과 집단의 행위력이 크게 증폭해 마치 초능력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지능은 그 자체로 도구가 될 것이고, 차세대 인류는 처음으로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이 맞손 잡은 '합성지능'을 사용하게 된다.
이렇듯 모두가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려면 방향성이 잘 설계돼야 한다. 신기술이 두려운 기술 개발자도 그 진화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기술은 일단 한번 작동되면 자체의 중력을 발휘해 마구 뻗어간다. 증기기관, 자동차, 인터넷, GPS 기술이 존재하는 세계의 움직임은 그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방향성은 소수의 전문가가 단번에 설계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그 누구도 우리 여정의 정확한 종착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반복적 배포'를 통해 AI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제품 버전을 하나씩 발표해 나가면서 대중이 지속적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 챗GPT를 비롯한 AI 모델 대다수가 채택한 방식이다. 그래야만 AI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다. 인류와 AI의 대화라 할 수 있는 반복적 배포는 다양한 견해를 가진 모두가 광범위하게 참여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서로 간의 신뢰와 합의를 강조하는 이유다. AI의 긍정적 미래는 '누가 최신 기술을 가장 빨리 개발하느냐?'보다는 '누가 이 기술을 가장 생산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일각에선 AI가 불러올 미래를 비관하지만, 자동차의 등장이 인간의 생활수준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켰듯, AI 역시 초기 혼란을 지나 우리 삶의 질을 풍요롭게 바꿔놓을 것이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인류를 더 뛰어나게 만드는 최고의 파트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완전무결(完全無缺)하진 않다. 모두에게 유익한 AI가 되기 위해서는, 새롭게 통용되는 AI 관련 규율과 법률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산업수도인 울산이 향후 'AI수도'로 도약하는 데 있어, 지산학(地産學) 모두 힘을 합쳐야 함은 너무도 자명하다. 이동구 울산대학교 초빙교수·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장·공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