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육학과에 진학한 제자에게 연락이 왔다. ‘AI와 수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현직 교사의 의견이 궁금하다며 문항 몇 개를 보내왔다. 교직을 준비하는 제자의 부탁이 반가워 설문에 임했는데, 오래 남는 질문이 있었다.
‘교실의 주인은 학생인가, 교사인가?’
문항을 보는 순간에는 큰 고민 없이 ‘학생’을 골랐다. 배움의 주체가 학생이어야 한다는 말은 익숙했고, 해당 맥락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문 이후에도 질문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학생을 고른 것이 틀렸다기보다 교실에 ‘주인’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쪽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교사가 없는 교실도 없고, 학생이 없는 교실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자꾸 그 둘 가운데 한쪽을 주인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할까.
제자의 의도는 알 것 같았다. 아마 교사 중심 수업보다 학생 중심 수업, 지식 전달보다 학생의 주도적인 참여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관련된 설문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배움의 주체는 누구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그 질문의 답이 선뜻 ‘학생’인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학생은 분명 배움의 주체여야 한다. 이 말은 여전히 교사에게 중요한 화두다.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반응하고, 질문하고, 배움에 참여하는 존재라는 사실은 교실에서 놓칠 수 없는 전제로 자리 잡았다. 그런 점에서 ‘교실의 주인은 학생이다’라는 말은 교사가 수업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는 힘을 지닌다. 더욱이 인공지능이 학생마다 다른 이해 수준과 학습 속도에 맞춰 정보를 설명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면서, 학생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배움을 이어 가는 학습자 중심 수업도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학생이 배움의 중심에 서고, 인공지능이 개별적인 학습을 지원하는 교실에서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단순히 아는 것을 전달하는 사람으로만 남는다면, 언젠가는 교사의 자리가 점점 좁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의 교실에서 교사가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에게 필요한 답을 모두 제공하는 데 있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질문에 즉각 답하고 수준에 맞게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면, 교사는 학생이 어떤 질문을 품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제시된 정보를 학생의 삶과 연결해 가치를 찾도록 이끌어야 한다.
또한 학생의 출발점을 살피고, 때로는 기다리고 때로는 개입하며 스스로 배움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결국 학생 중심의 교실은 교사의 역할이 줄어드는 교실이 아니라, 학생이 배움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교사의 판단과 책임이 더욱 중요해지는 교실이다. 결국 교실은 누가 더 앞에 서는가를 가르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존재들이 함께 배움을 만들어 가는 공간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제자의 짧은 설문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처음에는 가볍게 답한 질문이었지만, 그 뒤로 교실과 배움, 교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중요한 것은 누가 주인이냐를 정하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학생이 배움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교사가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를 묻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제자에게도 이 고민의 끝에서 얻은 마음이 조금은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질문 덕분에 오늘의 교실과 그 안에서 교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본다. 소유진 온산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