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성비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경악을 금치 못한다. 50대 정교사의 성폭행 의혹에 이어 실시된 교육청의 교직원 대상 전수조사 결과, 응답자의 7%가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가해자 명단에 학교 관리자와 중간관리자들이 더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번 사건이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학교 전체의 성인지 감수성 결여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수조사 결과, 이 학교에서는 교무실, 회식 자리, 심지어 수학여행지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원치 않는 신체 접촉과 음담패설, 사적 만남 강요가 자행됐다. 특히 기간제 교사들에게 “정교사 임용을 도와주겠다”며 사회 초년생들의 꿈을 볼모로 삼은 대목은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완전히 저버린 비열한 행태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학교 측이 보여준 “여자 중에 이런 일 안 당하는 사람 없다”는 식의 망언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사태는 사립학교 특유의 폐쇄적인 이사장 중심 지배 구조가 낳은 비극이다. 어제 이 학교 졸업생들이 지적했듯, ‘권력이 집중된 폐쇄적 학교 운영 구조, 위계적 조직 문화, 약자의 목소리를 지워온 오랜 관행 속에서 예견된 참사’이며 ‘불균형한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개인의 범죄를 넘은 구조적 폭력’에 다름아니다.

  이제 말뿐인 엄단이 아닌, 행동하는 무관용 원칙이 필요하다. 경찰은 가해 교사 B씨는 물론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관리자들의 성비위와 은폐 가담 여부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

  울산교육청이 향후 성비위 같은 중대 사건이 학교 내부에서 유야무야되지 않도록 직접 보고하도록 한 조치는 당연하다. 하지만, 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학법의 허점을 이용해 징계를 회피하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청은 동원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야 한다.

  울산 교육계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번 사건이 공개된 이상, 어설프게 처리하고 봉합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성인지 교육을 하겠는가. 가해자들의 영구적인 교육계 퇴출은 물론, 학교 운영 구조의 전면적인 개편을 통해 다시는 교육의 전당에서 약자의 꿈이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분노한 졸업생과 학부모,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수사 당국과 교육청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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