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에서 ‘체험학습’이라는 단어가 설렘보다 ‘공포’로 다가온 지 오래다. 학생들에게는 교실 밖 세상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이지만, 인솔 교사들에게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 따른 무거운 민·형사상 책임이 뒤따르는 가시방석이었기 때문이다. 울산 교사 10명 중 8명이 체험학습 폐지를 주장할 정도로 위축됐던 교육 현장에, 어제 울산시교육청이 내놓은 ‘2026년 현장 체험학습 안전 관리 강화 방안’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실질적인 ‘인력 보강’과 ‘법적 보호’에 있다. 특히 초등학교 안전요원 배치 기준을 기존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대폭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그간 교사 혼자 수십 명의 분출하는 에너지를 감당하며 안전까지 책임져야 했던 물리적 한계를 인정한 현실적인 조치다. 여기에 숙박 시설 층별 야간 안전요원 배치 기준을 신설하고, 전용 누리집을 통해 인력 확보의 행정적 편의까지 도모한 점은 학교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교원에 대한 ‘이중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주목된다.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은 물론 민·형사 소송비용 지원과 분쟁 조정을 포함한 ‘교원 보호 공제 사업’은 교사들이 소신 있게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갑옷이 되어줄 것이다. 복잡한 서류 절차 간소화와 일대일 맞춤형 자문 확대 역시 ‘현장 체험학습은 행정 폭탄’이라는 오명을 씻어내는 데 꼭 필요한 조치가 될 것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이번 대책이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물론 교육청의 대책만으로 모든 불안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교육청이 밝힌 대로 교원의 안전조치 의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도록 상급 기관인 교육부와 국회의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학습 피라미드 이론에 따르면 강의식 수업의 지식 보유율은 5%에 불과하지만, 직접 체험하는 학습은 75%에 달한다고 한다. 어린이독서체험관, 창의누리관, 미래교육관 등 우수한 인프라가 아무리 구축돼도, 교사들이 사고 책임을 두려워해 교문밖을 나서지 않는다면 이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울산시 교육청의 이번 방안이 단순히 사고 방지용 방어책에 그치지 않고, 위축됐던 울산 교육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체험학습 정상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