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의 한 보도 위로 각종 장애물들이 놓여있다. 독자 제공
울산 남구의 한 보도 위로 각종 장애물들이 놓여있다. 독자 제공
“점자블럭을 따라 걷다가 지팡이에 뭐가 걸리면 위협부터 느껴요. 젊었을 때는 신고도 하고 화도 많이 냈는데, 지금은 그냥 욕하고 지나가요.”

울산지역 보도에 설치된 점자블럭 위로 각종 장애물이 방치돼 시각장애인들의 보행권을 빼앗고 있다. 관련법 개정으로 점자블록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울산에서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3일 지역 사회복지기관 등에 따르면 울산지역 곳곳의 보도에 설치된 점자블럭 위로 각종 장애물이 무분별하게 방치돼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점자블럭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보행 방향을 유도하거나, 위치 감지, 위험을 경고하는 등 ‘눈’ 역할을 하는 편의시설 중 하나다. 이동 방향을 알려주는 ‘선형 유도블록’과 격자 모양의 점 형태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점형 경고 블록’으로 나뉘며, 보행로 개설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울산 남구의 한 보도 위에 차량이 주차돼 점자블록을 가로막고 있다. 독자 제공
울산 남구의 한 보도 위에 차량이 주차돼 점자블록을 가로막고 있다. 독자 제공
하지만 지역 곳곳의 점자블럭 위로는 각종 장애물이 무분별하게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남구의 한 보도에는 자전거, 리어카, 각종 재활용 쓰레기가 놓여 점자블록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는데, 인근으로는 차량 또한 연달아 주차돼 수십 미터의 점자블럭 구간을 가로막고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이 같은 상황이 울산지역 곳곳에 만연하지만, 보행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시력을 완전히 잃은 한 전맹 시각장애인(47)은 “점자블럭을 따라 길을 걷다 보면 지팡이에 뭔가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며 “장애물을 피해서 가는 게 쉽지 않고, 위협도 느껴진다. 젊었을 때는 신고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욕하고 지나간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은 “그나마 지팡이에 걸리면 다행”이라며 “전동킥보드가 쓰러져 있으면 지팡이에 닿지 않을 때도 있어서 몇 번 넘어지기도 했다”라고 씁쓸함을 나타냈다.

지난 2024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및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점자블록의 이용을 방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최대 50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울산에서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관련법 개정으로 구·군에서 단속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없었다”라며 “시 차원의 점자블록 점검 등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에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4,759명으로, 울산지역 전체 등록 장애인의 9.3%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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