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지역 노동·산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는 오는 9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따른 ‘분리교섭 신청’ 판정 결과를 앞두고 있다. 노조가 노동위원회에 분리교섭을 제기한 원청 사업장은 S-OIL, SK, 고려아연 3곳이다.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 절차 관련 정부 판단은 이번이 지역 첫 사례다.
‘분리교섭 신청’이란 당초 하나의 단위(창구)로 단일화해야 하는 여러 원·하청 노조를 개별적으로 교섭할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에 요청하는 절차다. 교섭 의무를 강제하는 지노위의 ‘사용자성 판단 신청’과는 명확히 구분되나,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노위의 ‘분리 여부 판단’ 과정에서, 원청이 하청의 교섭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여부도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S-OIL에만 약 1만명의 조합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지노위 판단에서 별도의 하청 교섭단위로 인정될 경우, 노조는 본격적인 교섭 요청 절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울산플랜트노조 관계자는 “한국노총과 나눠서 개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이번 판정 결과에 따라 ‘원청과의 교섭을 인정받는다’는 목적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번 판정이 울산에서는 첫 사례인 만큼, 반드시 성과를 이뤄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 하청노조(비정규직지회)와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 사업장 2곳의 하청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사용자성 인정 판단 신청’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앞서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당시 원·하청 교섭 핵심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로 한하고, 이에 해당되면 단체교섭 등을 의무화했다.
이들 사업장은 지난달부터 각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용자성에 대한 모호한 판단으로 사실상 교섭 첫 관문인 ‘교섭공고’ 단계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일부 사업장 노조는 이르면 이번 주 중 내부회의를 열고 지노위 신청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도 교섭 요구 대상 37곳 가운데 7곳만 확정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만약 이후 교섭이 37곳 모두를 포함하지 않을 경우, 고용노동부 및 지방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을 받기 위한 관련 제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오세일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지회장은 “이번 확정 공고는 ‘사업장명을 밝힌 곳’을 기준으로 냈다고 하는데, 조선업 특성상 영세 사업장이 많아 소속을 밝힐 경우 오히려 사업장에 불이익이 우려돼 섣불리 움직이기가 어렵다”며 “우리가 사실상 전체 현대중공업 하청노조를 대변하고 있는 상황으로, 하청 근로자에게 모든 적용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교섭을 위해서는 대상 사업장과 소속이 명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반면 지역 주요 노조들은 “울산에서는 사실상 원·하청 교섭 절차가 한 곳도 진전되지 않았으며, 실제 교섭까지는 갈 길이 멀다”면서 추가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지난 2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공공기관 4곳에 대해 처음으로 하도급 노동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정부기관이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인데, 이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행정소송 및 형사 고발 등 노사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노사 전문가는 “사용자성 인정이 잇따를 경우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가 급격히 넓어지면서, 산업현장 전반에 적지 않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