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양경수 작가는 전시만큼이나 선명한 인상이었다. 가죽 재킷에 선글라스를 걸친 모습은 그의 작업 세계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말하자면, 작가도 전시도 꽤 힙했다.
1전시장 ‘직장인 처방전’에는 회사라는 세계를 경험한 이라면 금세 알아볼 만한 장면들이 빼곡하다. 상사의 말, 끝나지 않는 업무, 퇴근을 기다리는 표정 등 익숙한 일상이 짧고 날카로운 문장 속에 포착된다. 웃기지만, 그냥 웃고 지나가기는 어렵다. 양 작가는 “주변에 모두가 직장인이어서 가장 공감 많이 할 수 있는 것을 그렸다”라고 말했다.
관람객이 메모지에 회사나 상사에 대한 불만을 적어 파쇄기에 넣는 코너도 인상적이다. 보고 지나가는 전시가 아니라, 자신의 힘든 마음을 한 번 적어보고 털어내는 전시다. 양 작가는 이를 두고 팍팍한 일상에 ‘약을 친다’는 뜻에서 “약치기”라고 표현했다.
전시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힙한 불교’다. 양 작가는 단청과 탱화를 그리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가족 다수가 관련 작업을 해왔다. 한때는 그 배경이 싫어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다시 접한 불교에서 강한 매력을 발견했다. 그의 말대로 ‘불교가 엄청 힙’했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애환과 불교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림들의 내면에는 불교적 성격이 있다”라고 했다. 출근과 회의, 야근과 인간관계 속에서 하루를 버티는 일이 어쩌면 작은 수행일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전시장 벽면에 적힌 ‘고생 끝에 극락 온다, 야근 끝에 해탈 온다’는 문장은 그래서 농담처럼 시작해 은근한 위로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