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선암 혜진스님이 지난 8일 열린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벽선암 혜진스님이 지난 8일 열린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벽선암전통지화전승회
벽선암전통지화전승회
벽면을 따라 피어난 종이꽃들이 발길을 붙들었다. 자르고, 접고, 물들이고, 말리는 지난한 손끝의 과정 끝에 탄생한 꽃들.

태화복합문화공간 만디에서 열리고 있는 벽선암전통지화전승회의 ‘세상은 한 송이 꽃이다’전시는 종이로 피워낸 꽃의 아름다움을 넘어, 사라져가는 전통불교 속 ‘지화’의 의미를 다시 묻는 전시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화려함’보다 ‘정성’이다. 닥나무로 만든 전통 한지를 두드리고 염색해 완성한 꽃들은 장식품이라기보다 수행의 결과물에 가깝다.

이번 전시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벽선암전통지화전승회가 울산에서 유일하게 전통 지화의 맥을 잇고 있는 전승회라는 점에 있다. 현재 울산은 물론 부산·경남·영남권에서도 전통 지화를 잇는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는 한 사찰의 전시를 넘어, 지역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던 전통 지화를 다시 시민 앞에 꺼내 보이는 뜻깊은 자리다.

전시장에서 만난 벽선암 혜진스님에 따르면, 통도사에 출가해서 원효종에 계시던 윤호암이라는 스님이 계셨는데 그 스님이 울산에서는 전통 지화로 재를 지냈고, 불교 의례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계셨다고 한다.

벽선암 혜진스님은 “불교에서 꽃은 <묘법연화경>과 같은 경전 이름에도 사용되고 있고 여러 경전에서도 꽃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라며 “그래서 불교에서 지화는 단순히 공간을 꾸미는 꽃이 아니라 공양과 장엄, 설법의 뜻을 함께 담아내는 매개”라고 말했다.

전시장 벽면을 따라 피어난 종이꽃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전시장 벽면을 따라 피어난 종이꽃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지화는 어떤 종이를 고를지, 어떤 색을 입힐지, 어떤 형태로 빚어낼지에 따라 한 송이의 의미가 달라진다.

전시장에서는 연꽃을 비롯해 국화, 불동화, 영오화 등 전통불교 지화의 조형미를 살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창작 작품 ‘처용화’가 인상적이다. 울산의 대표 설화인 처용 이야기를 전통 지화 기법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지역의 상징성과 불교 지화의 조형성이 만나는 접점을 보여준다. 전통을 단순히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울산이라는 지역의 기억과 감각 속에서 새롭게 확장하려는 시도가 읽혔다.

‘세상은 한 송이 꽃이다’ 전은 꽃 한 송이에 담긴 상징, 종이에 스민 수행, 그리고 사라져가는 전통을 다시 피워내려는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5월 6일까지 태화복합문화공간 만디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무료 지화 체험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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