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찰 정도로 많은 메시지가 쏟아지지만, 그 메시지를 듣고 이해하는 일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기발한 공약이, 합리적인 비판이, 절절한 호소가 그 속에 담겨 있을 수 있어서다. ‘기레기’라는 조롱이 흔해진 시대지만, 기자들은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듣고 묻고 때로 따지면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28일 SNS에 지역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27일 자신이 국회에서 진행한 울산 현안 관련 기자회견이 기사로 소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대 여당의 유력 후보로서 서운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본지가 해당 내용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하며 지역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냈음에도 이를 간과한 채 언론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모습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지역 언론 입장에서 말하자면 김 후보의 국회 기자회견은 지역 언론에 전혀 예고되지 않았다. 회견 이후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도 없었다. 일종의 기습 회견인 셈이다. 언론의 외면이라는 비판은 억울한 구석이 있다. 본지는 이미 상세히 보도했음에도 기사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대목에선 후보 측의 기본적인 모니터링 능력마저 의심케 한다. 울산시장 후보로서 선거와 관련된 현안을 왜 서울에서 발표해야 했는지, 불가피했다면 어떤 식으로 전파하고 소통해야 할지를 후보 측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내가 여당 후보인데, 싣지 않더라’는 문제 제기는 그래서 언론으로서 서운하다. 김 후보가 지역 언론을 불신하는 것과 별개로, 지역 언론들은 김 후보의 목소리를 듣고 소개하고 싶다. 그 목소리가 지지자의 호응을 이끌수도, 반대파의 비판을 부를 수도 있을 텐데, 바로 그것이 언론의 건강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3월 2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매주 울산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라고 공언했지만 4월 28일 현재까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에게는 지역 언론 앞에 서겠다는 약속보다 SNS 게시물이나 유튜브 출연이 더 중요해진 듯하다.
김 후보의 유세차 없는 선거, SNS 중심의 공약 홍보 등 신선한 시도는 주목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내 입만 바라봐’라는 자기중심적 태도나 인물 검증 회피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SNS는 후보가 하고 싶은 말만 골라 내보낼 수 있다. 불편한 질문도, 날 선 반론도 없다. 그 속에는 지지자들의 응원 댓글만 가득할 뿐이다. 선거를 앞둔 후보나 유권자 모두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지역 언론은 후보자가 말만 하면 알아서 받아 쓰는 확성기가 아니다.
진심으로 시민에게 닿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부지런히 시민을 만나고 다니는 일을 김 후보 스스로 자부하듯, 언론이나 취재진과도 소통하면 될 일이다.
정치는 스마트폰 화면 속 독백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 언론을 적대시할 것만 아니라, 대화하고 때로 논쟁하며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벼려진 칼이 더 날카롭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