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와 HD현대중공업이 어제 ‘친환경 선박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순히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조선업이 글로벌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 전략의 일환이다. 정부는 오는 7월 예정된 ‘2026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에서 울산의 진정성과 역량을 반드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 글로벌 조선 시장은 친환경 연료로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선을 넘어 암모니아, 수소 선박으로 나아가는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화려한 수주 실적 이면에는 뼈아픈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선박의 심장과 혈관이라 할 수 있는 액화가스 펌프 등 일부 핵심 기자재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가 추진하는 ‘친환경 선박 기자재 소부장 특화단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소부장 특화단지는 산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전략적 산업 클러스터를 말한다.
특히 이번 협약에서 세계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이 수요기업으로 전면에 나서고, 지역 소부장 기업들과 기술 개발 및 실증을 함께하기로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아무리 좋은 부품을 개발해도 실제 선박에 장착해 검증할 ‘수요처’가 없으면 사장되기 일쑤다. 울산은 앵커기업과 협력사가 한 울타리 안에서 R&D부터 양산까지 완결할 수 있는 국내 유일, 세계 최강의 실증 생태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은 단순히 예산을 나눠주는 사업이 아니다. 국가 공급망의 아킬레스건을 보완하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산업 안보’의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인프라 지원, 규제 특례, 공동 R&D 자금 투입 등을 고려해 최적의 대상지를 선정해야 한다. 울산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해 온 조선 산업의 성지다. 이제는 그 축적된 노하우 위에 디지털과 친환경이라는 날개를 달아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7월 최종 선정에서 정치적 고려나 지역 안배보다는 오직 ‘글로벌 경쟁력’과 ‘공급망 자립화’라는 본연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준비된 울산에 ‘소부장 특화단지’라는 추진력을 더해주는 것은 대한민국 조선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부동의 세계 1위’를 굳힐 가장 확실한 투자다. 정부의 현명하고 과감한 결단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