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보건교사가 없으면 연고 하나도 마음대로 못 바른다.” 어제 울산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터뜨린 이 한마디는 현재 울산지역 학교들이 직면한 보건의료체계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준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학교 현장이 법적·제도적 한계로 인해 보건안전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은 매우 뼈아프다.

현재 학교 보건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전문인력 부재 시 발생하는 ‘대응 공백’이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의료인이 아닌 일반교사는 기본적인 약 복용 지도나 상처 처치조차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보건교사가 수업이나 연수 등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의 교사들은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와 전문성 부족으로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일부 보조 역할을 한다지만,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또한, 현재의 보건교육이 ‘일회성’이자 ‘분산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흡연 및 약물 오남용 예방, 감염병 대응 등은 학생들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교육이다. 그러나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없이 개별 보건교사 1인에게 모든 업무가 집중되다 보니,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행정 부담만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미 타 시·도에서는 ‘학생건강증진센터’ 등 통합형 보건교육 지원체계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울산 역시 더 이상 개별학교의 분투에만 학생들의 안전을 맡겨두어서는 안된다. 교원단체가 요구한 ‘학교보건교육지원센터’ 설립, 보건인력의 획기적인 확충, 교육청 차원의 전폭적인 예산투입과 제도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학교보건은 단순히 학교 내부의 행정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필수 안전영역이기 때문이다.

울산시교육청은 “보건인력 확충 없이 학생안전을 말하는 것은 책임회피”라는 교육계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 ‘통합형 보건교육 지원체계’ 구축에 나서는 등 학생안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