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그룹채팅방 초대 거부 및 나가기 기능 화면. 카카오톡 홈페이지 캡쳐
카카오톡 그룹채팅방 초대 거부 및 나가기 기능 화면. 카카오톡 홈페이지 캡쳐
6·3 지방선거를 한달 앞두고 유권자들의 스마트폰이 ‘정치 단톡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채팅방에 끊임없이 초대되는 강제소환과 계속되는 알림에 시민들의 일상마저 점령당하면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세를 과시하기 위한 ‘디지털 세력전’이 과열되면서 무분별한 초대로 인한 피로감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활용한 지지자 채팅방은 후보자 홍보물의 전시장으로 변했다. 해당 채팅방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채팅방 운영자들이 지인 기반의 연락처를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초대한 경우다.

이렇게 소화된 이들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지인 간 안부 인사나 지지 후보 홍보물을 강제로 접하게 된다. 특히 지지 후보가 다르거나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는 시민들과 열성 지지자 간에 거친 설전이 오가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부 채팅방에서는 참다못한 시민들이 화를 내거나 욕설을 내뱉고 방을 나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황금 연휴 기간에도 단톡방 초대에 시달렸다는 최현종(42) 씨는 “초대를 원치 않아 채팅방을 나가도 지인들이 다시 불러들이는 상황이 반복돼 나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라며 “내 의사가 무시된 채 반복되는 강제 초대에 후보에 대한 짜증과 피로감만 커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지지세를 과시하기 위해 지인들을 지지자 채팅방 초대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오히려 후보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카오톡 등 메신저 플랫폼에서도 원치 않는 초대를 방어하기 위한 ‘초대 거부 및 나가기’ 기능을 마련해뒀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해당 채팅방 내에서의 재초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이 기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시민들이 많은데다 지지자들이 기존 방 외에 새로운 단체방을 끊임없이 만들어 초대를 이어가는 경우 여전히 초대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곳을 차단하면 다른 곳으로 불려다니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유권자들은 여전히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체채팅방 과열 양상이 SNS를 통한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단체채팅방은 일방향적인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상대방의 동의 없는 초대는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이 거세다.

현행법상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한 문자 메시지 전송 등은 규제 대상이지만 개인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 채팅방에서의 초대를 법적으로 제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지지자들의 열정은 이해하지만 유권자의 거부감을 사는 방식은 오히려 후보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라며 “디지털 선거 문화 정착을 위해 캠프 차원에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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