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주말 남구 삼호동 철새광장을 지나던 시민 A씨는 앞뒤가 뾰족하고 길게 뻗은 보트에 한 명씩 올라탄 이들이 양쪽 패들을 저으며 태화강을 누비는 모습을 목격했다. 보트는 4대가 함께 무리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A씨가 이같은 모습을 목격한 건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다. 몇 년째 같은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구역은 야생동물보호구역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심 속 철새도래지로 생태 보전 중요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A씨는 “중구 쪽 은하수다리 아래에서 보트를 띄우더니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아 철새들이 쉬어가거나 번식하는 공간까지 구석 구석 비집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라며 “철저한 보호가 우선돼야하는데 전혀 관리 되지 않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화강 수상스포츠센터, 유일 점용 허가
태화강은 국가하천이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관리 주체다. 하지만 하천법에 따라 중구와 남구가 위임을 받아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올해 태화강에 하천 점용 허가를 받은 곳은 울산시가 운영하는 하류 일대의 태화강 수상스포츠센터로, 허가 기간은 오는 12월까지다.
허가 구역은 태화강 전망대까지이며, 수상스포츠 이용객에게는 십리대밭교까지만 활동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외에 개인이나 동호회 등에서 태화강 상류의 하천 점용 허가를 받은 사례가 있는지 중구청에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태화강을 개인 스포츠 활동 공간으로 무단 이용해 온 셈이다.
이는 단순 국가하천이 아닌 태화강의 보호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적절한 행위로 간주된다.
중구와 남구는 각각 하천관리원을 두고 있으나 평일에 한해 환경정화나 소규모 시설 보조, 낚시 등 행위를 감시하는 수준에 그쳐 한계가 있다.
여기에 하천법상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이유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단속 공백 상황 수년째 되풀이
지자체의 미온적인 대응 속에 단속 공백 상황이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본지는 지난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불법 행위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에도 법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울산시는 여전히 “하천법에서 개인이 하는 행위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자제해 달라고 계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답해 적극적인 의지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올해 초 수만마리의 철새가 태화강을 찾아 겨울을 나면서 세계적 철새도래지로 자리 잡았다고 홍보하며, 지속 가능한 서식지 보호에 주력하겠다는 방침과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관리·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태화강 보존회 관계자는 “낚시금지구역도 지정돼 있는데 개인이 국가하천에서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걸 제재할 수 없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라며 “태화강의 철새 보호와 생물 다양성을 보호 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관리·단속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상범 정책국장은 “태화강 상류는 철새와 자연에 양보하고 우선권을 두는 것이 맞다”라며 “법적 기준만을 앞세우기보다는 태화강국가정원의 구역별 이용 방향을 명확히 하기 위한 체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관리 규칙이나 조례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