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개성과 묘미를 보여주는 여덟 작품 사이에서 한참 동안 거닐던 심사위원들은 마침내 정이현의 「실패담 크루」와 조해진의 「영원의 하루」, 황정은의 「문제없는 하루」 세 작품으로 후보를 좁혔다. 위의 세 작품은 오늘날 현대인의 삶에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면밀하게 포착하면서도 그것을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소설의 문법을 통해 독자 앞에 제시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물론 세 작품은 공통점만큼이나 변별되는 지점도 뚜렷했다. 그것은 소설적 성취의 문제라기보다는 방향과 지향의 문제에 가까웠고 그런 이유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이현이 보여준 서사적 능란함과 조해진이 취하는 집요한 시선 그리고 황정은이 제기하는 문제의식 모두 의미있고 소중한 한국 소설의 자산이라는 점에 모든 심사위원은 기꺼이 동의할 수 있었다. 논의가 진행될수록 그중에서도 특히 황정은의 소설이 오늘날 우리가 소설을 통해 받아 안으리라 기대할 법한 문명적 화두를 묵직하게 던진다는 점에 모두의 마음이 이끌렸다. 매일 매스컴을 통해 흘러나오는 기후 위기와 전쟁의 참화를 비롯해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듣는 수많은 말들의 풍경에서 이제까지 살아왔던 대로 계속 살아서는 미래가 없다는 암담함을 느끼지 않기란 쉽지 않다. 황정은의 「문제없는, 하루」는 그와 같은 암담함이 우리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무너진 폐허를 어떻게 딛고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품고 전진하게 만든다. 황정은이 이 작품에서 제기한 윤리적 딜레마를 삶 속에서 풀어가야 하는 과제는 이제 이 소설과 나란히 살아가는 독자의 몫일 것이다. 황정은 작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은희경(소설가), 방현석(소설가·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한영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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