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특임교수는 “제 예술작업에서 수많은 가능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놓친 질문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라며 “과학은 세계를 정밀하게 읽고, 예술은 그 관찰이 열어놓은 가능성을 전혀 예상치 못한 관점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VR, 인공지능, 게임 엔진, 영상,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현대미술가’라며 “현대미술의 장점은 끊임없이 자기 경계를 허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AI와 VR 등 기술은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지만 단순한 도구에 머물지는 않는다. 김 교수는 “처음 AI를 접목한 작품을 만들 때는 AI가 인간과 협업할 수 있는 창작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을 갖고 시작했다”며 “가능성을 봤지만, AI 모델이 어떤 데이터로 훈련됐고 그 과정이 얼마나 윤리적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상영된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는 AI 알고리즘에 통제되는 배달 플랫폼을 무대로 인간의 신체와 선택의 자율성을 묻는 작품이다. 김 교수는 “팬데믹 시기 배달 음식이 오면 배달원은 금방 사라졌다”며 “‘저 사람은 누구지, 저렇게 빠르게 도시를 돌아다니는데 왜 보이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 노동자들을 인터뷰하고 실제 오토바이에 동승해 도시를 달렸다. 그 경험은 알고리즘이 통제하는 플랫폼 노동, 인간의 신체와 자율성, 기술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는 작품으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앞으로 이 연작을 심화한 게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1980년대 한국 건설회사들의 중동 진출, 석유 자본, 전쟁의 기억, 아버지의 구술과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결합한 신작도 구상 중이다. 그는 이를 “픽션과 다큐멘터리, 3D 애니메이션, AI 기술이 결합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은 김 교수에게 특별한 도시다. 그는 “처음 울산에 왔던 것은 2018년쯤이었다.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하기 전 작품 소장 계약을 위해 왔다가 대왕암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언젠가 울산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후 그는 2022년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전에서 2채널 비디오 작품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을 선보이며 울산 관객과 본격적으로 만났다. 울산과의 인연은 다시 UNIST 특임교수 임용으로 확장됐다.
그는 울산의 산업적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울산의 산업이 변화하고, 피지컬 AI 시대로 공단의 체제가 바뀌어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일이 굉장히 흥미롭다”며 “이 도시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들에게 ‘정답’보다 ‘자신의 질문’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세상이 좋다고 말하는 것을 내가 좋아한다고 착각하기 쉽거든요. 저도 오래 돌아서 예술가가 됐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것을 할 때 내가 가장 행복하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김 특임교수는 뉴욕현대미술관, 테이트 미술관, 베니스 비엔날레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동했으며, 2023년 한국인 최초로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골든 니카상을, 2025년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