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찾은 남구 선암동 산 106-1 일원. 보현사로 올라가는 초입 도로에 수십여개의 쇠말뚝이 박혀 차량 통행을 전면 차단하고 있었다. 지난해 5월부터 지속된 이 사태의 원인에는 해당 길에 대한 ‘도로’ 해석을 둘러싼 토지 소유주들과 남구 간 이견이 있었다.
토지 소유주 A씨에 따르면, 현재 해당 도로는 오랫동안 국토교통부 소유의 ‘지목상 도로’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몰제 해제 이후 건축 허가 과정을 거치며 현재 통행로의 일부가 사유지를 침범해 포장돼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는 “남구가 공원 주차장 조성 당시 도로 부지가 주차장에 편입됐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주변 지주의 동의나 대체 도로 개설 없이 공사를 강행했다”며 “이로 인해 주변 토지들은 장부상 도로에 접해있음에도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하는 ‘맹지’ 취급을 받으며 심각한 재산권 침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3년 A씨는 부지 활용을 위해 남구청에 건축 허가를 요구하며 필요하다면 자신의 땅 일부를 도로로 내어주겠다는 타협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남구는 해당 길이 건축법상 정식 도로로 해석할 수 없고, 난개발 우려 등의 이유로 건축위원회 도로지정 심의를 두 차례 부결했다.
A씨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건축 심의를 요청했던 토지와 바로 접한 임야 부지는 수천평의 평수에 건축허가를 받았다”며 “공부상 도로가 있고, 실제 도로가 포장돼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도로를 남구에서는 도로가 아니라고 하니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료 청구 소송 과정에서 내 땅을 찾을 테니 길을 막아도 되냐고 재판부에 묻기도 했다. 남구가 도로를 인정하고 대체도로를 개설한다는 책임 있는 답변만 한다면 내일이라도 말뚝을 모두 철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구는 사유지에서 벌어지는 토지주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행정이 나서서 철거 등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해당 땅은 산책로로, 공식적인 도로가 아니다”라며 “보현사를 이용하는 차량까지 고려해서 토지를 추가로 매수하거나 개발한다는 계획 자체는 현재로서는 없다. 도로 변경을 위해서는 도시계획변경 등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자칫 일종의 특혜로 비칠 수도 있다.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토지 소유주와 남구의 갈등 중간에 낀 보현사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사유지라 지주에게 무작정 길을 열어달라 강요할 수도 없고, 구청을 움직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재 등 재난 상황에 대한 무방비 노출이다. 진입로가 막히면서 산불, 사찰 화재 등 발생 시 소방차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만약 말뚝을 임시로 제거한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피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현사 관계자는 “수십년간 이용했던 통행로가 막혀 사찰 운영 전반적으로 불편이 너무 크다”며 “행정적 개입과 해결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보현사 진입로를 둘러싼 갈등은 과거에도 벌어졌다. 지난 2021년 또 다른 토지주는 자신의 땅을 모두 매입하라며 진입로에 볼라드를 설치했지만, 당시 남구는 소방차 진입을 위해 방화선을 만들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번에는 그 아래쪽 토지주가 초입을 막아선 것이다.
한편 보현사는 남구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알려졌으며, 벚꽃나무와 공작새 등으로 많은 시민들이 찾는 명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