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둘러본 통도사 개방형 수장고는 천년 고찰이 품은 성보를 어떻게 지키고, 또 어떻게 대중과 나눌 것인가에 대한 답을 건축과 전시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서운암 장경각으로 향하는 길에서 마주한 수장고는 예상보다 조용했다. 지붕 전체를 녹지로 덮은 외관은 멀리서 보면 건물이라기보다 영축산 자락에 낮게 스며든 지형처럼 보였다.
통도사 성보박물관 개방형 수장고는 국내 사찰 가운데 처음 마련된 개방형 수장고다. 2021년 11월 기공 이후 4년 6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부지 4,986㎡, 연면적 2,758㎡ 규모로, 개방형 체험 다목적실과 학예실, 유물정리실, 관람객 쉼터, 문화재 이동·관리 공간 등을 갖췄다.
건물 입구에서 만난 김병준(66·부산 동래구) 씨는 “통도사 인근 암자들을 순례하다 여기까지 왔다”며 “자연 속에서 관람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첫인상이 든다”고 말했다.
인근 서운암에는 팔만대장경을 도자기판으로 구워낸 16만 도자대장경이 보관돼 있고, 들꽃축제 등으로 방문객이 많다. 개방형 수장고가 본격 운영되면 통도사와 서운암을 잇는 새로운 문화유산 관람 동선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에 동행한 통도사 개방형 수장고 최지웅 학예사는 “전시장은 하나의 우주로 보면 된다”며 “하늘에 해당하는 천장과 땅에 해당하는 바닥, 그리고 벽이 하나의 공간을 이루고, 중앙에는 주요 작품들이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한지와 옻칠, 비단, 건칠, 도자 등 다양한 재료로 완성한 작품들이 펼쳐졌다. 전통 재료에 대한 성파스님의 깊은 이해가 느껴졌다.
작품명은 대부분 ‘무제’였다. 최 학예사는 “제목이나 해설로 관람객의 상상력을 가두지 않기 위해서”라며 “성파스님 작품은 ‘화불출래’, 즉 아무런 의도 없이 손 가는 대로 편하게 그린 그림이라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선예전’은 작품을 순환 교체하며 상설 형태로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