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지역구 19석 중 13석(비례 포함 15석)을 국민의힘에 몰아주면서 사상 최초로 맞이하게 된 ‘민주당 광역단체장과 보수 압도적 의회’ 체제에서 과연 유권자들이 의도한 견제와 균형이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을까.
#의회 벽에 갇힐 경우 ‘식물 시장’ 전락 위험
김상욱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그간 비리와 의혹이 지목돼 온 행정 문제를 미루지 않고 정면으로 고쳐가겠다”며 고강도 사정 및 행정 개혁을 예고했다. 하지만 법과 조례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지방 행정의 특성상, 신임 시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시작부터 의회라는 벽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 신임 시장이 의회의 벽에 갇혀 임기 초반부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식물 시장’으로 전락할 위험이 상존하는 이유다.
당장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 감사 기구를 확대하거나 기득권 특혜를 청산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개정하려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전체 22석 중 15석을 쥔 국민의힘 시의회가 이를 ‘전임 보수 시정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김 당선인의 개혁 공약들은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할 수 있다. 초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들이 양측의 첫 번째 전선이 될 전망이다.
#가을 본예산 심사부터 ‘전쟁 서막’ 울릴 수도
김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AX(인공지능) 대전환’ 및 기술 혁신 이익의 ‘시민 공동체 환원’ 사업은 막대한 재원 투입이 필수적이다. 반면 낙선한 김두겸 후보 체제에서 추진되던 ‘세계적 공연장 조성(5,000억 원 규모)’ 등 대형 토목·개발 사업의 예산은 김 당선인의 구조조정 1순위다.
올 연말에 있을 2027년도 본예산 심사는 그야말로 ‘예산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인이 전임 시정의 역점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 들면, 국민의힘 시의회는 거꾸로 김 당선인의 AX 관련 신규 사업 예산을 대거 칼질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을 확률이 높다.
서로가 상대방의 핵심 사업 예산을 볼모로 잡고 버티는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당장 올해 말에 있을 내년도 본예산 심사부터 파행될 수 있다. 지방정부의 예산 마비는 곧바로 시민 민생과 지역 경제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양측 모두 극단적 대립 후 막판 타협을 모색하는 피 말리는 수 싸움이 예상된다.
#‘민주 시장’과 ‘보수 구청장’의 불편한 동거
지방정부는 시장 혼자 이끌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은 5개 구·군 기초단체장 중 4곳(중구·남구·동구·울주군)에 국민의힘 후보를 앉혔다. 시장은 야당(민주당)인데, 실제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할 구청장들은 보수인 ‘광역-기초 정부 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김 당선인이 당장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시내버스 정상화’ 등 광역 교통망 민생 현안은 구·군의 행정적 협조와 재정 분담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보수 구청장들이 소속 정당의 가이드라인이나 지역구 이해관계를 이유로 시의 정책 기조에 엇박자를 내거나 비협조로 일관할 경우, 울산 전역의 행정 효율성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야권이 다수당을 차지한 동구의회나 여야 7대7 동수를 이룬 남구의회 등 기초의회 내부의 진통까지 맞물리며 울산 전체가 다중 톱니바퀴처럼 엉킬 우려가 있다.
#상생 조건, 당선인 정치력에 달려있어
결국 유권자들이 던진 ‘견제와 균형’ 메시지가 순기능으로 작동하느냐, 역기능으로 추락하느냐는 김상욱 당선인의 정치력에 달렸다.
김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내 강조했던 ‘통합과 실용’의 정치가 시험대에 오른다. 국민의힘 시의회를 ‘청산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시정 마비라는 최악의 파국을 맞이하겠지만, 역으로 그들을 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합리적 보수 세력까지 아우르는 정무적 대화 채널을 가동한다면 오히려 사상 가장 탄탄한 ‘여야 합치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시의회 국민의힘 역시 무조건적인 발목잡기를 이어갈 경우 높은 투표율로 드러난 무서운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양측 모두 ‘명분 있는 양보’의 타협점을 찾는 실용 정치를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울산 시민들은 권력의 독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안일했던 보수 기득권에는 시장 교체라는 회초리를 들었고, 새로 출발하는 야당 시장에게는 의회 권력 수성이라는 방파제를 세워 균형을 맞췄다”라며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울산의 골든타임을 허비할 것인가, 아니면 사상 첫 협치 시대를 열어갈 것인가 모든 게 정치권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