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정 뉴스룸 차장
강은정 뉴스룸 차장
오케스트라의 미학은 조화에 있다. 바이올린의 날카로움과 첼로의 묵직함은 제각각 소리도 역할도 다르다. 중요한 것은 특정 악기가 다른 소리를 압도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음색을 경청하며 하나의 선율을 완성해갈때 음악이 된다.

6.3 지방선거가 남긴 울산의 성적표에서 오케스트라를 떠올린 이유다.

울산 시민들은 시장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맡겼다. 동시에 지방의회 다수 의석과 5개 구군 중 4곳의 기초단체장 자리는 국민의힘에 쥐여줬다. 선거기간 내내 정가를 지배했던 극한 대결과 승자독식의 논리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지형이다.

투표함을 열자 드러난 민심은 정교하게 설계된 배치도였다. 어느진영도 완승을 자축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 지점에 시민들의 준엄한 의도가 숨어있다. 정쟁을 멈추고, 각자의 자리에서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주문이다.

울산 시민들은 진영 논리를 넘어 실리와 안정을 교차 선택했다.

여당 시장에게 요구한건 실리 행정이다. 대통령, 중앙정부와 소통하며 울산의 미래가 걸린 현안을 풀어내라는 숙제다.

시의회과 구군 단체장에게 맡겨진 역할은 안정적 균형이다. 시장의 독주는 견제하되, 주민의 삶과 직결된 풀뿌리 행정만큼은 흔들림없이 연속성을 유지하라는 신뢰의 표현이다.

지금 울산은 산업구조 대전환과 인구 감소라는 생존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결코 어느 한 정당의 일방 독주로 해결할 수 없는 해법들이다. 서로를 적으로 돌리고 발목을 잡는 순간,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걸어둔 것이다.

당선자들은 이번 민심을 오독해서는 안된다.

시장의 독단도, 시의회와 구청자들의 힘겨루기도 모두 시민에 대한 배신이다. 이제 협치는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울산 시민이라는 위대한 지휘자는 울산 정치권에 악보 한 장을 건넸다. 지휘자의 요구는 이것 뿐이다.

“울산의 미래를 위해, 함께 연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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