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통해 울산 시정의 지각변동이 현실화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치열한 접전 끝에 민선9기 울산시장으로 당선되면서 4년 만에 민주당이 시정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 뒤에 놓인 정치적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번 선거 결과가 울산 민선 9기 행정의 머릿돌이자 지향점으로 제시한 시대적 명령은 명백하다. 바로 ‘협치(協治)’다.

# ‘여소야대’ 시의회 강한 견제 예고

  이번 선거는 울산 권력 지형의 극단적인 분점(分占) 상태를 낳았다. 김상욱 당선인이 이끌어갈 민선 9기 시정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여소야대’ 환경에 직면해 있다. 민선 7기 당시 민주당 송철호 시장이 시의회 22석 중 17석(지역구·비례 포함)이라는 절대 다수 여당 시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번에 김 당선인과 뜻을 같이할 여당(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단 6명에 불과하다. 반면 야당(국민의힘 15, 진보 1) 시의원은 무려 16명에 달한다. 시의회 의석의 2/3가 넘는 거대 야당, 특히 국민의힘의 벽을 넘지 못하면 공약 사업도, 주요 예산안도 한 발짝조차 나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

  중앙정치 및 기초 지방정부와의 관계도 첩첩산중이다. 남구갑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김태규 후보가 승리하면서, 울산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은 기존 2석에서 1석으로 줄어든 반면, 국민의힘은 3석에서 4석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국비 확보와 국가적 핵심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야당 국회의원들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이 자당에 등을 돌리고 시장 지위에 오른 김 당선인과의 협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어떤 형태로든 대화와 상생의 물꼬을 터야하는 것도 김 당선인의 몫이다.

  울산지역 5개 구·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북구를 제외한 중구, 남구, 동구, 울주군 등 4곳을 국민의힘이 싹쓸이한 것도 부담이 될 것이다. 여기에 선거구마다 복수로 당선자를 뽑는 5개 기초의회마저 여야가 팽팽한 균형을 이룰 예정이어서, 시장이 독자적으로 현안을 추진하다가는 사사건건 파열음만 내기 십상이다.

 

# ‘정치대전환’ 못 미치는 ‘반쪽 승리’로 봐야

  상황이 이러니 민주당은 결코 이번 선거를 ‘완승’으로 오판해서는 안 된다. 김 당선인의 득표율은 48.73%로 낙선한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45.74%)와 불과 2.99%포인트 차이였다. 보수 성향 무소속 박맹우 후보의 분열(5.52%)과 진보당과의 극적인 단일화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김종훈 진보당 시장 후보와의 매끄럽지 못한 단일화 과정과 이후 촉박한 시간 탓에 ‘원팀’으로 선거 분위기를 밀고 나가지 못한 가운데 얻은 아슬아슬한 승리다. 당초 바라던 ‘단일화를 통한 지역 정치 대전환’을 사실상 이루지 못한 ‘반쪽 승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울산이 더 이상 ‘보수의 텃밭’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시장 선거에서는 분열로 자멸했고, 막판 보수 대 결집으로 4개 기초단체장을 확보했으나 모두 박빙의 살얼음판 승부플 펼쳐야 했다. 울산 유권자들이 이젠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성과가 없으면 언제든 심판하겠다는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이제 김 당선인을 비롯한 모든 당선인들은 선거 막판 난무했던 흑색선전과 네거티브의 앙금은 털어내야 한다. 김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진영과 정파를 떠나 울산 시민 모두의 시장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이 다짐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행정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 상생을 위한 인적 쇄신과 탕평 행보 보여야

  가장 먼저 보여줄 행보는 ‘상생을 위한 인적 쇄신과 탕평’이다. 현재 울산시당의 좁은 인적 인프라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어야 한다. 정파를 초월해 역량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발탁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 거대 야당 시의회와 국민의힘 기초단체장들도 진정성을 인정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것이다. 미래 산업에 대한 지역적 공감대를 확인한 만큼, 울산 경제 회생과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정상화 등 민생 현안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독선과 독주는 파행을 낳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울산시민에게 돌아간다. 민선 9기 울산 시정의 성패는 야당을 얼마나 존중하고, 지역 국회의원, 구·군 단체장들과 얼마나 긴밀히 소통하는가, 즉 ‘협치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김상욱 당선인을 비롯 이번 지방 선거 당선자들 모두 울산의 미래를 위해 통 큰 타협과 상생의 정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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