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찾은 울산 중구 태화루사거리 인근 우정지하보도. 1칸 당 약 10㎡(3평)로 총 25칸이 조성돼 상가를 형성하고 있는데, 문을 연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문을 닫은 상가 내부는 시커멓게 곰팡이가 쓸었고, 지상에서 유입된 먼지가 지하보도 바닥에 자욱히 쌓여 있었다.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한두명씩 사람이 오갔지만, 대다수가 불꺼진 상가에 관심없는 듯 무심히 지나갈 뿐이었다.
그러나 1980년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감사에서 민방위시설인 지하보도 내 상가는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내려졌고, 이후에도 네 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의 감사 지적이 반복됐다. 상인들의 강한 반발로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고, 1989년부터는 불법 점용에 따른 변상금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지하상가 상권이 활성화돼 상인들도 변상금을 영업을 위한 비용 정도로 여기며 납부했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와 지상 횡단보도 확충 등으로 지하보도 이용객이 줄면서 상권도 급격히 쇠퇴했다.
25년째 건강기능식품을 팔고 있는 이일남(60대)씨는 “지하보도로 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장사가 될 턱이 있나. 대부분 장사 접고, 5명 정도밖에 안 남았다”라며 “태화동에 있던 시외버스터미널이 삼산동으로 옮겨가고, 한 10년 전에는 바로 위에 중앙버스전용차로랑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상권이 완전히 죽어버렸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이제 상권 회복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아무런 보상 없이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과거 울산시가 경상남도 소속이던 시절 상가를 임대했고, 현재 상가 모습으로 구획 정리를 한 것도 행정의 의지였던 만큼 현 지자체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주장도 나온다.
한 상인은 “어찌됐든 행정에서 처음 만들고 운영한 상가 아닌가. 그때 정당하게 돈을 주고 들어온 사람들은 최소한의 보상은 받고 나가야 한다 본다”고 주장했다.
중구는 현실적으로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거 행정이 상가를 임대한 사실과 별개로, 최초 임차인 A씨가 이를 분양권처럼 되팔았다는 부분은 행정 책임으로 볼 순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기존 상가를 그대로 양성화하는 것도 힘든 실정이다. 우정지하보도는 2014년 민방위시설에서는 해제됐지만, 도로법상 엄연한 교통시설물이기 때문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상가는 모두 불법 점용에 해당한다. 점용허가를 받으려면 일단 기존 불법 지장물, 즉 상가를 모두 철거하고 다시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중구 관계자는 “상인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근거 없이 보상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며 “상가 내부 지장물을 자진 철거하면 변상금은 더 이상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