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규제합리화위원회가 개편 이후 첫 지역 행보로 울산을 찾아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국무총리급이던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하고 ‘규제개혁’을 ‘규제합리화’로 재정비한 정부가, 산업도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첫걸음을 뗀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 자리에서 울산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 산업계는 분산에너지 특구 기반 전기요금 차등제 시행, 석유화학단지 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기준 합리화, 조선·엔진산업 핵심 기자재의 긴급수입 통관절차 간소화, 대규모 산단 건축허가 특례 신설 등 기업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36건의 규제 개선 과제를 건의했다고 한다.

이번 간담회에서 제시된 건의안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 주력 산업단지 울산이 직면한 현실적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분산에너지 특구 기반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의 조속한 시행이 필요하다. 이 제도는 전력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가 집중된 지역 간의 전기요금을 다르게 적용함으로써, 전력의 ‘지역 생산·지역 소비(지산지소)’를 촉진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취지다.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기업들을 전기요금이 저렴한 울산의 산업단지로 유치할 명분이 그만큼 커진다. 석유화학단지 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나 드론 비행 제한, 조선·엔진 기자재의 통관 절차 등도 현장의 입장을 섬세하게 반영해 반드시 규제합리화에 나서야 한다.

규제합리화는 단순히 기존 규제를 무조건 없애는 멸균 작업이 아니다. 필요한 안전 및 환경 규제는 견고하게 유지하되, 산업 변화의 발전을 막는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인 족쇄를 풀어주는 작업이어야 한다.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식 규제 완화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또 다른 유령 규제를 낳을 뿐이다. 기업과 지역이 직접 수요에 맞춰 설계하는 ‘메가특구’나 규제 특례 정책이 성공하려면, 현장 기업인들이 매일 체감하는 작은 가시부터 제거해 주는 유연함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울산 현장에서 밝힌 규제합리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현장의 절박한 요구를 귀담아듣고 정책으로 실현해 낼 때, 비로소 규제합리화는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이끄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산업단지 규제 개혁의 성패는 결국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과감하게 정책에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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