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 지점 건물 내벽에 설치된 벽화( 테라코타 부조). 그동안 가벽 뒤에 가려져 멸실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올해 건물 매각 과정에서 존재가 확인됐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제공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 지점 건물 내벽에 설치된 벽화( 테라코타 부조). 그동안 가벽 뒤에 가려져 멸실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올해 건물 매각 과정에서 존재가 확인됐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제공

 

성인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정책과비전포럼 상임대표 
성인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정책과비전포럼 상임대표 

 한국 리얼리즘 화가, 민중미술가 오윤 화백의 테라코타 작품이 철거위기에 처했다. 이 작품을 그의 부친인 난계 오영수 소설가의 고향, 울산으로 유치하는 것은 한국 현대미술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울산의 문화적 자산을 풍성하게 만드는 뜻깊은 일이다. 오윤은 고교 시절 당시 저항시인 김지하를 만났고, 60년대 후반 대학시절 『현실동인전』을 준비했다. 전두환 독재 시절 80년대 집회에 쓰이는 대형 걸개그림 「통일대원도」를 그리며 현실참여에 적극적이었다. 오윤의 1980년 ‘현실과 발언’ 창립전시회는 제도권 미술 화단에 던진 파장이 컸는데, 민중미술권의 형성을 알렸기 때문이었다.

 테라코타는 이탈리아어로 ‘구운 흙’을 뜻하며, 점토를 빚어 고온에 구운 토기, 조각, 건축 자재다. 붉은색, 갈색 빛을 띠며, 흙 특유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가볍고 내화성이 좋으며 풍화에 강하지만, 강한 충격에 깨지기 쉽다. 유해 물질이 없고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성이 있어 건물 외장재(테라코타 패널)및 내장재로 바닥 및 벽 타일 등에 활용된다. 예술 및 공예 분야로 토기 인형, 조소 작품, 화분 등에 쓰이며, 기원전 210년경 건설된 진시황제의 병마용에도 테라코타가 사용됐다.

 오윤이 1970년대 초반 경주와 일산 등지에서 전돌(기와·벽돌) 공장을 운영하며 흙을 다루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형 공공미술 부조작업이다. 

 상업은행 벽화〈평화〉는 1974년 서울 종로4가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금융센터)에 오윤이 동료 작가와 함께 사방 30㎝ 크기의 테라코타 전돌 100여장을 이어 붙여 만든 대형 벽화다. 산, 구름, 사람이 어우러진 모습을 담고 있다. 구의동 테라코타 부조는 1973년에 제작된 초기 테라코타 작업으로, 40년 만에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역사적·미술사적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군사독재 정부가 1980년 ‘현실과 발언’ 첫 전시회를 전시장의 전기를 끊어 방해했다. 관람객들이 손에 촛불을 들고 전시장을 밝혀, 사상 초유의 ‘촛불전시회’가 됐다. 

 울산의 대표 서정 소설가 오영수 선생의 2남 2녀 중, 큰딸이 화가, 큰아들 오윤(1946~1986)은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거장, 조각가·판화가로 40세에 요절했다. 둘째 아들 오건 역시 1970~80년대 농촌운동가로 활약하다 요절했다. 

 아버지 오영수가 울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서민들의 소박한 삶을 따뜻한 소설로 그렸다면, 아들 오윤은 민초들의 신명과 한을 목판화와 조형 예술로 새겼다. 문학과 미술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한국적 휴머니즘의 정수를 꽃피운 이 위대한 ‘부자(父子) 예술’ 서사의 연결고리는 울산의 풍토다. 한국의 전통 탈춤, 무속, 농악에서 영감을 받아 민중의 생명력을 표현한, ‘오윤’은 울산과 역사적으로, 혈연적으로 연결고리가 충분하다.

 서울시에서 개발과 철거위기 속에서 사라질 뻔한 국가적 예술자산을 울산시가 선제적으로 ‘구출’한다면, ‘공업도시’를 넘어 ‘역사와 예술을 품은 문화도시’로서의 브랜드를 확립할 수 있다. 민중미술 자산의 구출을 넘어서서, 문화도시 울산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울산 언양에 있는 오영수문학관 등 기존 문화 인프라와 오윤의 테라코타 작품을 연계하면, 부자의 예술 세계를 동시에 조명하는 독창적인 거점 관광 코스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 천재 작가 다섯 분은 이중섭, 권진규, 백남준, 이우환, 오윤이라고 화랑 운영자는 말한다. 멸실 위기에 놓인 오윤 작가의 초기 테라코타 벽화 보존을 위해 ‘오윤의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추진위원회’가 2026년 5월초 결성됐고 한국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와 연대하고 있다. 오윤 작가의 생전 판화 작품(‘칼노래’, ‘무호도’ 등) 및 오윤을 기억하는 동료·선후배 미술인들도 자신의 작품을 기부·출품해 판매 수익금 전체를 테라코타 해체 및 이전 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울산 지역언론과 ‘오영수-오윤’으로 이어지는 ‘부자(父子) 예술 서사’도 문화 콘텐츠화 필요하다며 민예총에서 울산으로 이전·유치 바람이 일고 있다.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 (오윤) 

 "그(오윤)는 바람처럼 갔으니까 언제고 바람처럼 다시 올 것이다." (정희성)

 "울산에 바람처럼 왔으면 좋으리." (성인수)

 김상욱 시장님, 오윤 화가의 테라코타 작품을 울산시립미술관에 안착하게 해주세요. 성인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정책과비전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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