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질서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인 AI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특정 지역에 집중된 자원 공급선을 다변화해 경제안보의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방문을 마치고 독일로 향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진 뒤 3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AI 동맹’ 구축, 핵심광물과 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라는 두 축으로 7박 11일간 진행됐다.
다만 순방 기간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부동산 시장 불안도 이어지면서, 순방 성과를 국내 경제의 실질적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첫 방문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I 시대 대한민국의 산업 전략을 담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AI 반도체 생산기지이자 공급망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순방 기간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등 글로벌 AI 기업 수장들과 잇달아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인들도 함께하며 한미 기업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계기로 한미 기업들은 총 9,500억 달러 규모의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AI 외교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대한민국의 산업구조를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AI·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국가 운영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구체적인 투자와 협력 성과를 제시함으로써 AI 선도국가 전략의 신뢰도를 높이려 했다는 분석이다.
남미 3개국 순방에서는 희토류와 리튬, 구리 등 핵심광물과 원유를 중심으로 공급망 협력 확대에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브라질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은 희토류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30일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전략광물과 첨단산업을 연계한 협력 모델이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이자 1위 리튬 매장국인 칠레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선도국인 한국은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의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원유 수입을 포함한 에너지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은 올해 아르헨티나산 원유 88만 배럴을 시범 도입했고, 이를 토대로 내년부터 원유 수입을 개시할 예정”이라며 “수입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도록 양국 정부가 협력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중동에 집중된 원유 공급선을 남미로 확대하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수급의 대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중동 지역 불안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희토류·리튬·구리와 원유 등 전략자원의 공급선을 다변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남미 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 현대화에도 속도를 내기로 하며 수출시장 다변화에도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귀국 후 이번 순방 성과를 바탕으로 AI 선도국가 도약과 공급망 안정, 다자주의 무역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다. 순방 기간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고,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자금의 자본시장 이동, 이른바 ‘머니무브’ 구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시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귀국 후 대외 경제외교의 성과를 국내 경제 회복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